[베이징=뉴스핌] 최헌규 베이징 특파원= 8월 19일 중국 베이징 남쪽 경제기술개발구(이좡 뉴타운) 베이런이촹국제컨벤션센터. 이곳에서는 이날 중국 안팎의 300여 개 기업이 2,000여 점의 로봇과 관련 장비를 출품한 가운데 로봇산업의 최신 동향을 보여주는 '2026 세계로봇대회(WRC)'가 열렸다. 참가기업과 전시제품이 작년보다 각각 36%, 27% 증가했다는 대회 조직위 설명은 최근 전 중국을 강타한 로봇 열풍을 실감케 했다
올해는 대회장 전시 면적도 약 5만㎡로 작년보다 커졌다. 전시장은 지능형 창조관, 지능형 융합관, 스마트 제조관, 로봇 체험 생활관 등 4개의 테마관으로 나뉘어져 최신 로봇 완제품과 첨단 기술, 로봇과 AI, 산업기술의 융합 등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로봇 체험 생활관에는 '로봇 소비거리'가 올해 처음 등장, 로봇 요리사가 직접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시연하는 등 휴머노이드 로봇들의 다양한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었다.
대회장의 거대한 전시 부스에서는 로봇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음식을 만들고, 물건을 집고, 빨래를 개고, 고양이 화장실을 청소하는 등 섬세한 손동작으로 사람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로봇들은 불과 1년 사이에 놀랍게 변신했다. 1년 전만 해도 로봇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도에 그쳤다면 올해 전시장의 로봇들은 작업과 동작에서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는 모습으로 진화했다.
전시장 한쪽에서는 네 대의 로봇이 사람 가수와 함께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었다. 기타와 베이스, 키보드, 드럼을 각각 맡은 로봇들이 박자에 맞춰 연주했다. 기타를 치는 로봇은 손가락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어깨와 팔꿈치, 손목을 함께 조율했고, 몸을 앞뒤로 움직이며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한 대의 로봇 안에서 여러 관절이 협력하고, 다시 네 대의 로봇이 서로 호흡을 맞춰야 가능한 작업이다.
옆 전시 부스의 CASBOT 02 로봇은 신발 제조 공정에서 부드럽게 휘어지는 신발 혀를 집어 정해진 홈에 끼워 넣는 작업을 반복했다. 얼핏 단순해 보였는데, 부스 책임자는 "물체의 상태를 파악하고, 잡은 뒤 위치와 자세를 조절하면서 정확하게 내려놓아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라고 말했다.
로봇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물건을 잡는 게 아니라 잡고, 옮기고, 맞추고, 놓고, 다시 조정하는 일련의 작업을 이어가는 능력이라고 이 책임자는 덧붙였다. 이 같은 움직임은 로봇이 '한 번의 동작'에서 '하나의 임무'를 수행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로봇이 현실 생활에서 곧바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공장에서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학습시키려면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올해 베이징에서 열린 WRC 전시장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물리 AI와 가상훈련 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가상공간에 실제 작업환경을 그대로 구현한 뒤 로봇이 그 안에서 수없이 훈련하도록 하고, 완성된 동작 데이터를 실제 로봇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이른바 '심투리얼', 시뮬레이션에서 현실로의 전환이다.
사람이 직접 로봇을 조작하지 않고도 데이터를 확보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어안렌즈가 달린 모자 형태의 장비를 사람이 쓰고 물류센터나 가정, 매장 등에서 실제 작업을 수행하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로봇 몸체를 매번 동원하지 않아도 인간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축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휴머노이드 학습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어떤 부스에서는 로봇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고도화하기 위한 '로봇 유치원'도 선보여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진짜 일하기' 경쟁은 로봇 손에서도 확인됐다. 한 전시장에서는 로봇의 손 하나가 우유와 생수, 약 상자, 치실, 화장품, 커피잔 등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물건을 쉴 새 없이 집어 올리는 장면이 대형 화면으로 생중계됐다.
이 기술의 핵심은 한두 번의 동작 묘기가 아니라 장시간 반복 작업을 견디는 능력이다. 열 때문에 멈추는 기존 로봇의 한계를 극복하고 24시간 연속 작업을 목표로 설계된 제품이었다.
로봇의 활동 무대는 공장을 넘어 가정으로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었다. 전시장에는 빨래를 개는 로봇 팔부터 음식을 자동으로 볶고 조리하는 로봇, 유연한 손동작으로 마치 사람처럼 청소하는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눈에 띄었다.
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애완용 고양이 집의 모래를 삽으로 퍼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동작을 반복하며 관람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아직 사람처럼 한 번에 정확하게 처리하지는 못하지만 반복 작업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냈다.
물류 로봇은 아파트 공동현관에서 집 앞까지 물건을 나르는 '라스트마일' 배송을 맡는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는 날, 사람이 일하기 어려운 밤에도 24시간 움직이며 한 대가 하루 최대 200건의 배송을 수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방·방폭·우주·석유 등 위험한 현장에 투입되는 로봇도 한자리에 모였다.
전시장을 둘러보다 보면 한 가지 변화가 뚜렷하게 느껴진다. 로봇의 경쟁 무대가 더 이상 '누가 더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느냐' 또는 '누가 더 화려한 동작을 보여주느냐'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로봇에게 요구되는 것은 사람과 어울려 일하고,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사람처럼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의 동작을 수정하면서 하나의 일을 완결짓는 능력이다.
베이징의 거대한 로봇 전시장은 최근 급박하게 진행되는 중국 로봇 산업의 획기적인 변화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로봇은 더 이상 전시장 안에 갇혀 관람객의 시선을 끄는 마네킹들이 아니다. 음악을 연주하고, 물건을 옮기고, 신발을 만들고, 집안일을 하는 모습으로 현실 속 인간의 일터와 생활공간에 더 깊숙이 들어오고 있었다.
전시장을 둘러보고 나니 중국이 2026년 WRC에서 내세우는 메시지가 한층 분명하게 와 닿았다. 중국 로봇들은 지금 단순한 '인간화'에서 '상업화' 단계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걷고 뛰는 시연은 이미 과거가 됐다. 제조와 물류, 음식점, 의료·요양, 응급구조, 가정 등 실제 산업과 생활 현장에 로봇을 투입하고 활용하는 흐름이 한층 두드러지고 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