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이 한때 세계 특허 강국으로 불렸던 위상을 빠르게 잃고 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에 뒤처진 것이 특허 경쟁력 약화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일본 특허청이 발표한 2025년 특허행정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특허 출원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년 전 25%에서 지난해 8%까지 떨어졌다. 세계 특허 지형이 AI와 반도체 중심으로 재편되는 동안 일본의 성장세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세계 특허 출원은 2005년 170만 건에서 2024년 372만 건으로 약 2.2배 증가했다.
가장 큰 변화는 중국이다. 같은 기간 출원 건수가 10배 이상 늘면서 2011년 세계 1위에 오른 뒤에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중국의 출원 건수는 미국·일본·한국·유럽을 합친 규모보다 1.3배 많았다.
반면 일본은 지난해 30만 건으로 전년보다 2% 늘었지만, 2005년 42만 건과 비교하면 약 30% 감소했다.
◆ AI 특허 경쟁에서 밀린 일본
전문가들은 일본의 특허 감소를 단순히 출원 전략의 변화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정책연구대학원대학의 스미쿠라 고이치 교수는 일본 기업들이 과거보다 질 높은 특허에 집중하는 만큼 출원 감소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세계 특허 발명에 활용되는 과학 지식 가운데 일본에서 나온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AI를 포함한 ICT 분야 특허 비중을 크게 늘렸다. 생성형 AI, 반도체, 소프트웨어가 최근 특허 경쟁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이 분야에서 앞선 국가들이 전체 특허 규모도 빠르게 키웠다.
AI 핵심 기술 특허 순위에서도 일본은 중국·미국·한국에 이어 4위에 머물렀다. 일본은 양자컴퓨팅과 이미지 분석 분야에서는 강점을 보였지만, 생성형 AI의 기반 기술과 같은 핵심 영역에서는 투자 확대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뎠다는 평가다.
◆ 일본의 반격 카드 '피지컬 AI'
일본 정부는 뒤늦게 AI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한 17개 성장 분야에는 AI와 반도체, 바이오, 첨단의료 등이 포함됐다. 특히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공장과 로봇, 산업 데이터를 AI와 결합하는 '피지컬 AI'를 차세대 승부처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일본 특허청도 AI 관련 출원에 대해 여러 심사 부서가 공동으로 심사를 진행하는 등 권리화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결국 일본의 특허 감소는 단순히 출원 건수가 줄어든 문제가 아니라 AI 중심으로 재편된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성장 동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