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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명징한..." 울진서 가을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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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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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진이 28일 폭염·폭우 속 가을 명소를 알렸다
  • 울진 200리 해파랑길은 역사와 삶의 길이다
  • 불영계곡과 불영사는 천상 절경과 설화의 보고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울진 '200리 해파랑길' 구석구석 골목마다 스며있는 갯마을 곡진한 삶의 빛깔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유례없는 폭염과 폭우가 여름 내내 한반도를 위협했다. 늦은 봄부터 찾아온 불볕더위가 '밤이슬이 맺힌다'는 백로(白露)가 지나고 9월 초순에도 기세가 등등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코 밑으로 바투 다가왔다.

전통사회의 생업의 순서를 정해주던 절기(節氣)도 계절도 모호하다. 절기에 맞춰 씨앗을 뿌리고 거름을 내고, 낟알을 거두고, 종내 가늠할 수 없는 푸른 바다의 물때에 맞춰 그물을 던지고 거두던 생업력은 이미 무색해진 지 오래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의 '200리 해파랑길'에서 만나는 대나리 포구의 에멜랄드빛 바다와 갯바위. 2026.09.28 nulcheon@newspim.com

오곡이 무르익는다는 가을이 어느 순간 주위에서 사라진 듯하다.

그래도 자연은 시절에 맞게 옷을 갈아입을 채비를 서두른다.

폭염 속에서도 만개했던 꽃들은 씨방을 부풀리고 씨앗을 사방으로 내보낸다. 내일의 생명 잉태를 위해서다.

울진은 한 걸음에 달려가면 바다를 만나고 한 걸음을 디디면 산야를 만나고, 한 걸음을 내달으면 자연이 빚은 천연온천을 품은, 전국 유일의 '삼욕(三浴)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전국 어디에도 울진처럼 자연의 혜택을 온몸으로 받은 곳은 없다.

울진의 가을은 명징하다. 속이 환하게 들여다보이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그렇고, 금강소나무를 품은 산야가 그렇다.
울진 사람들은 이들 자연에 문화라는 옷을 입혔다.

경북 울진 '200리 해파랑길'에서 만나는 근남면 산포리 해변.[사진=울진군] 2026.09.28 nulcheon@newspim.com

◆ '200리 울진 해파랑길'은 곡진한 삶이 빚은 생명의 길

'해파랑길'은 '동해를 박차고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걷는다'는 뜻을 지닌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10개 구간 50개 코스를 지닌 770Km의 '걷기 길'이다.

이 중에서도 동해안의 절경과 역사와 문화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117Km, 200리의 울진 구간'은 청람빛 바다와 동해로 치닫는 강과 이를 터전으로 삶을 일궈 온 갯사람들의 곡진한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생명의 길'이다.

경북 울진 '200리 해파랑길'의 남쪽 초입인 후포항 등기산스카이워크와 갓바위.[사진=울진군] .2026.09.28 nulcheon@newspim.com

울진군의 남쪽 관문이자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의 주산지 후포항에서 '전국 최고의 자연산 미역' 주산지인 북면 고포(姑浦 할무개) 포구까지 푸른 파도 소리를 들으며 이어지는 200리 해안길은 '님을 만나는 설렘으로 울렁거리는' '수로부인의 연정의 길'이다.

울진의 북쪽 관문이자 해산물의 보고이자 동해안 최고의 어업전진기지인 죽변항의 옛 이름은 '죽진(竹津)'이다. 낙동정맥이 동쪽으로 뻗어 이룬 동해안 천혜의 항구이다.

죽변항을 에돌아 감싸고 있는 죽변곳 일대에는 청동기 시대 유물인 패총무지 원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또 삼국시대 당시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된 죽변성 유적과 당시 사용했던 '전죽(箭竹; 대화살촉을 만든 시누대의 일종) 숲'이 해풍을 머리에 이고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몇 해 전 죽변등대 구릉 일대에서 8000년 전 신석기 시대 초기 '노'와 '목재선박 목편'이 발견되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울진 죽변항 일대가 동해연안 고대사의 단초를 제공해 주는 중요한 역사 고고학적 유적지임이 확인된 것이다.

지난 2010년 발굴 당시, 출토된 목재 유물은 8000년 전 신석기 시대 초기(BC 5500년 전)에 낚시 도구를 싣고 물고기잡이에 쓰인 '목재 선박'과 '노(櫓)'로 확인되었다.

'전죽' 숲은 "왜구 퇴치를 위해" 고려시대에 조성된 군사용 대숲이다.

울진군은 전죽 군락지인 '대숲길'의 원형을 그대로 살리고 '용의 꿈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동해안 최고의 어업전진기지인 죽변항을 품은 경북 울진군 죽변면 대가실의 하트해변. 2026.09.28 nulcheon@newspim.com

죽변등대를 품고 해안절벽을 끼며 조성된 하늘을 덮은 대숲길에 들어서면 세상은 고요하고 오로지 절벽을 부딪치는 푸른 파도 소리뿐이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전죽이 울진지방의 특산물로 기록되어 있어, 이의 군락지인 '대가실(죽변항 북동쪽 나들목)'은 국가적 요충지이자 외세 저항의 역사적 현장임을 보여 준다.

전죽(箭竹) 숲을 돌아 나오면 '드라마세트장'과 '하트 해변'을 품고 있는 '죽변 대가실' 마을을 만난다.

대가실 마을의 '하트 해변'은 청람빛 바다의 속살을 그대로 보여주는 울진 바다의 정수이다. 두 발을 담그면 청람빛 바다가 금세 온몸을 물들이듯 가슴 속엔 어느새 울진의 바다가 출렁인다.

건듯 부는 바람 속으로 '죽변항 스카이레일'이 흰 포말로 부숴지는 파도 위를 느릿한 속도로 지난다. 몇 해 전 첫선을 보인 '죽변항 스카이레일'은 동해안 어업 전진 기지인 죽변항과 봉개포구(봉수동, 烽燧洞), 후정해수욕장을 잇는 '바다 위 레일'이다. 코로나19의 팬데믹 기간에도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 죽변항의 관광 명소이다. 지금은 재정비를 위해 운영을 잠시 멈췄다.

경북 울진 '200리 해파랑길'에서 만나는 기성면 망양리 해변.[사진=울진군] 2026.09.28 nulcheon@newspim.com

◆ 신라 수로부인의 연정의 현장…기성 조도잔(鳥道棧)

코발트빛 바다와 붉은 장엄이 연출하는 빛깔은 가히 자연만이 가져다주는 '황홀'이다.

송강(松江) 정철(鄭澈)선생이 일찍이 울진 망양정(望洋亭)에 올라 비로소 직접 확인했다는 '천근(天根, 하늘뿌리, 수평선)'이 '푸른빛과 붉은 빛이 어우러진' 형용할 수 없는 빛깔을 선사한다.

망양정이 본래 기성면 망양리에서 근남면 산포리로 이건되기 전 송강(松江) 정철 선생이 밟은 망양정은 바다와 맞닿은 해안 절벽 위에 자리를 틀고 있었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송강 정철이 '천근(天根)'을 보기위해 올랐다는 관동팔경의 하나인 망양정. 사진은 겸재 정선의 망양정도.2026.09.28 nulcheon@newspim.com

이는 조선조 최고의 진경 화가인 겸재 정선의 '망양정도(望洋亭圖)'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겸재 정선의 망양정도는 그야말로 해안 기암절벽에 단아한 모습으로 푸른 동해를 조망하는 당시의 망양정을 실사(實寫)처럼 보여 준다.

파도가 햇볕에 흰 포말을 유리알처럼 부수며 해안 절벽을 오르는 모습은 상상 속에서도 황홀 그 자체이다.

망양정에는 사뭇 가슴을 치는 수로부인의 연정이 오롯이 녹아있다. 남편인 강릉 태수를 만나기 위해 당시 신라 수도인 동경(현 경주)을 떠나 험한 파도가 넘실대는 바닷길을 따라 먼 여정에 나선 수로부인이 울진 땅 기성에 도착해 '열정의 스캔들'에 빠진다.

삼국유사는 수로부인이 얽힌 소중한 사랑의 노래 두 편을 남겼다. 하나는 '헌화가(獻花歌)'이며 또 하나는 '해가(海歌)'이다.

일설의 주장대로 '영덕 굴곡포가 헌화가의 발상지'일 경우 울진군 월송정과 기성 망양정 일원은 삼국유사의 '해가'의 발상지인 '임해정(臨海亭)'이 유력해지며 이와 반대로 삼척시의 주장대로 '삼척 새천년도로 일원이 해가의 발상지'이면 '울진은 헌화가의 발상지'로 추정된다.

최근 일부 사학자들과 울진지역 향토사가들은 "울진 기성 옛 망양정 부근이 수로부인 관련 배경지"임을 비정한 바 있다.

실제 조선 숙종, 영조 대의 뛰어난 문인인 옥소(玉所) 권섭(權燮, 1671~1795)의 '玉所稿' '遊行錄' 권二에 "임의(해?)대(臨猗(海?)臺)는 망양정 아래에 있다"는 기록에 미루어 옛 망양정 부근이 임해대(정)로 확인될 경우, 울진 망양정 부근이 '수로부인 관련 역사문화적 배경지'로 새롭게 조명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옥소 권섭 선생의 '기성팔경' 등 옛 문헌 기록에 나타나는 기성 망양리의 해안 절벽을 잇는 옛길인 '조도잔(鳥道棧)'의 잔존으로 미루어 '기성 망양 해안'이 '수로부인의 해가(海歌)의 현장'이라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의 그랜드캐년'을 불리는 경북 울진 불영계곡의 '단하동천'으로 오르는 초입.[사진=울진군] 2026.09.28 nulcheon@newspim.com

◆ 울진 불영계곡, 도가 사상의 뿌리 '丹霞洞天(단하동천)'으로 오르는 길

'붉은 노을이 걸린 지상의 유토피아'로 여기는 '단하동천(丹霞洞天)'을 품은 울진 불영계곡(佛影溪谷)이 푸른 물을 하늘로 퍼트리며 물안개에 싸여있다.

불영계곡을 끼고 신라 고찰인 불영사로 이어지는 길은 '연하일휘(煙霞日輝)'의 길이다.

불영계곡은 경북 울진군 근남면 행곡리(杏谷里)에서 서면 하원리(下院里) 불영사(佛影寺)에 이르는 15㎞ 규모의 기암절벽과 속살이 환하게 들여다보이는 맑은 광천(光川, 빛내)을 품고 있는 수려한 계곡이다.

'한국의 그랜드캐년'을 불리는 경북 울진 불영계곡의 가을. '의상대사와 구룡의 쟁투'의 불영사 연기설화, 울진의 정신사 형성 이야기 등 스토리텔링의 보고이다.[사진=울진군] 2026.09.28 nulcheon@newspim.com

그 품세가 인공으론 도무지 흉내조차 낼 수 없을 만큼 웅장하고 기괴하고 수려해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지난 1979년 12월에 명승 제6호로 지정되었고 이어 1983년 10월에 군립공원으로 각각 지정되었다.

불영계곡은 누천 년 제자리를 지키며 바람과 비와 햇살에 제 몸을 맡겨 창옥벽(蒼玉壁), 의상대(義湘臺), 산태극(山太極), 수태극(水太極), 명경대(明鏡臺) 등 30여 개의 명소를 사람들에게 선사했다.

자연풍광만 선사한 게 아니다. 불영계곡은 울진지역의 역사와 삶을 오롯이 반영하는 스토리텔링의 보고이다. 사람들은 오랜 세월 불영계곡을 성역으로 삼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투영해 놓았다. 대표적인 것이 "의상대사와 구룡(九龍)의 쟁투"이다.

신라 천년 고찰인 울진 불영사의 가을.[사진=울진군] 2026.09.28 nulcheon@newspim.com

의상대사가 울진 온정 백암산 기슭에 '백암사(白巖寺)'를 창건하고 고개를 들어 서쪽을 보니 "석가모니가 수도하던 인도의 천축산을 닮은" 산을 보고 그곳을 향해 지팡이를 던졌다. 부처님을 모시기 위한 사찰을 짓기 위함이었다.
지팡이가 꽂혀있는 곳에 당도하니 아홉 마리의 용이 길을 가로막았다. 의상대사는 혼신을 다해 구룡과 쟁투를 벌여 여덟 마리의 용을 퇴치하고 마지막 한 마리의 용과 일진일퇴의 사투를 펼친 끝에 마침내 '주천대(酒泉臺, 현 근남면 행곡리 구미마을)'에서 용을 물리쳤다.

의상대사는 아홉 마리의 용과 인연을 빌어 사찰을 창건하고 '구룡사(九龍寺)'라 이름 지었다. 이후 구룡사는 "용이 살던 못에 부처의 설법 형상"이 비치자 오늘날의 '불영사'로 개칭했다.

의상과 구룡이 석 달 열흘을 두고 벌인 사투(死鬪)로 형성된 것이 오늘날의 '감입사행계곡'인 불영계곡이다. 의상에게 패한 용이 하늘로 올랐다는 '주천대'는 또 다른 세계관인 유학(儒學)의 울진지역 발상지이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의 정신사 배태지인 근남면 행곡리의 주천대.2026.09.28 nulcheon@newspim.com

울진이 낳은 대철학가이자 천문학자인 격암(格菴) 남사고(南師古)는 이곳 주천대에서 울진 철학의 대계를 세웠으며, 만휴(萬休) 임유후(任有後, 1601년~ 1673년)와 서파(西坡) 오도일(吳道一,1645∼1703)은 임천(林川) 남세영(南世英), 삼연(三淵) 김창흡(金昌翕, 1653년~ 1722년)과 함께 울진지역 철학의 숲을 이뤘다.

불영사로 들어서는 초입은 "붉은 노을이 걸린 지상의 낙원"이라는 뜻을 가진 '단하동천(丹霞洞天)'의 세상이다. '동천(洞天)'은 '천상의 동네'라는 의미로 도가(道家) 사상을 품고 있다.

의상대사가 불영에서 부처님의 세상을 열기 전, 울진 사람들은 이곳을 "천상의 비처"로 여기고 "붉은 노을과 흰 물안개와 푸른 물"이 솟는 이곳 우람한 절벽에 "丹霞洞天" 네 글자를 새기고 "사람살이의 평온"을 갈망했다.

웅장한 불영계곡을 밟고 계곡이 빚은 순백의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비처인 "단하동천(丹霞洞天)"에서 불영사로 이어지는 길은 가히 천상으로 오르는 절경이다. 

nulcheon@newspim.com

22대 국회의원 인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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