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정부가 160조원 규모로 내년에 출범을 추진 중인 미래대응기금(미래기금)이 국회에서 집중포화를 맞았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미래에 대비해 쌓아두겠다는 정부 설명과 달리, 100조원이 넘는 국채를 새로 발행하면서 비슷한 규모의 자금을 적립하는 구조가 타당하냐는 지적이다.
특히 미래기금이 현행 국가재정법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현행 67개 기금이 갖는 전문성이나 목적성에 맞지 않아 사실상 '유사 일반회계'이자 '짝퉁 예비비', '상시 추가경정예산'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미래기금의 적절성을 둘러싼 지적이 제기됐다. 국가가 빚을 내면서 돈을 쌓아두는 구조가 타당한지, 기존 정부 사업을 대거 기금으로 옮겨 국회의 재정 통제를 약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국회 재경위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미래기금에 대해 "굉장히 심각한 기금"이라며 "차제에 기금을 주도적으로 설계한 사람과 설계 경위, 과정을 놓고 국정조사특위를 열어도 무방할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초과세수를 기금으로 넘기는 방식을 문제 삼았다. 그는 "현행 국가재정법은 초과세수로 발생하는 세계잉여금을 교부세·교부금 정산, 공적자금 상환, 국채 상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사용하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에 적자국채를 100조1000억원 발행하는데 여유자금이라고 104조원을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한다"며 "결산도 하기 전에 초과세수를 미래기금에 우선 편입되도록 설계한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했다.
같은당 박수영 의원은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국고채 110조7000억원을 차환하고, 순증 국채 96조3000억원을 추가 발행하는 점을 지적했다. 국고채무부담행위까지 합하면 채무가 106조원 늘어나는데, 미래기금에는 104조원을 적립하는 구조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다.
박 의원은 "세수가 늘어난 194조원은 다 쓰고 106조원을 추가로 빌려서 그중 104조원을 적립해 놓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이런 것을 전문용어로 '빚투'라고 하는 것이며, 빚을 내 투자해서 더 많은 수익을 내겠다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적립하는 돈은 남은 돈에서 해야 한다"며 "빚을 내서 적립하고 수익을 더 내겠다고 하니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야당 간사인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재정법 위반"이라고 짚었다. 배 의원은 "67개 기금이 가진 전문성이나 목적성에 하나도 맞는 게 없다"며 "그래서 유사 일반회계, 짝퉁 예비비, 상시 추경이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미래기금 도입에 따라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기존 배분 구조가 달라지는 점도 문제 삼았다. 배 의원은 "미래 대응이라고 정부가 보관하면 건전하게 쓰고, 지자체가 보관하면 날림으로 쓰냐"며 "중앙집권적인 정부의 발상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여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어촌 기본소득을 사례로 들면서 "농림부가 농어촌 구조를 잘 알고 있는데 이 정책을 미래기금으로 이관해서 기획처가 사업을 하게 되면 이 사업의 독특함이 어떻게 달라지느냐"고 물었다.
여당 간사인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미래 대응을 이야기하면서 일반회계에서 해야 할 것이 섞여 있는 것처럼 보이면 설득이 어려울 것"이라며 "많은 사업을 기획처가 주도적으로 결정한 것처럼 이해되고 있는데 그 부분도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미래기금 설계 배경에 대해 "반도체 초호황이 영속적이지 않고 지속적이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많이 들어온 예산을 과연 한 해에 다 털어 쓸 수 있느냐"며 "그래서 제가 고안한 게 재정 댐을 만들자는 것이었고, 그렇게 고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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