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비트코인(BTC) 가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추가 공격 가능성 시사에 28일 8만3000달러 아래로 밀렸다. 중동 정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면서 나스닥 선물 등 위험자산은 약세를 보인 반면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한국 시간으로 오후 5시 5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2.1% 하락한 8만2995달러에 거래됐다. 이더리움(ETH)과 XRP, BNB, 솔라나(SOL) 등 주요 알트코인도 2~4%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선물은 1% 가까이 내렸다.
반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3% 가까이 오른 배럴당 95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도 비슷한 폭으로 상승했다.
◆ 트럼프, 중간선거 전 이란 추가 공격 가능성 열어둬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 이란과의 전쟁이 "매우 곧"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지만, 11월 초 중간선거 전에 이란에 대한 추가 군사 공격이 이뤄질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군사 행동이 재개될 수 있느냐는 폭스뉴스의 질문에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답했다. 미국이 군사적·경제적 압박을 통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이 새로운 충돌에 "완전히 준비돼 있다"며 잠재적인 "최후의 전쟁(doomsday war)"에도 버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이란은 유엔총회에서 전쟁으로 통행에 차질을 빚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을 7일간 재개방하고 교전을 중단한 뒤 협상에 나서는 방안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어 합의를 원하는 것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트루스소셜을 통해서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동 긴장은 유가를 끌어올리며 인플레이션 우려도 자극하고 있다. 지난 3월 초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27bp(1bp=0.01%포인트) 올라 5.20% 수준에 도달했다.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우려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 미국의 재정·부채 문제가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비트코인은 연초 약세를 보인 뒤 3분기 들어 강하게 반등했다. 최근 3개월 동안 42% 올라 나스닥과 금 등 주요 자산의 상승률을 웃돌았다. 다만 최근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해지면서 단기 지지선 방어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도 가상자산 거래소 지오투스(Giottus)의 비크람 수부라즈 최고경영자(CEO)는 "8만3800~8만4000달러가 중요한 단기 지지 구간이고 8만5000~8만5800달러는 당장의 저항 구간"이라며 "현재 수준에서 상승세를 추격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번 주에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 비농업 고용지표가 잇따라 발표된다. 지표에 따라 연준의 금리 전망과 미 국채 금리가 움직이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위험자산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 지캐시 강세 속 비트코인·이더리움도 프라이버시 강화 움직임
한편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프라이버시 기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지캐시(ZEC)의 비공개 거래 이용이 늘고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지캐시의 기술을 비트코인에 적용하려는 방안이 제시됐다.
암호기술 업체 알록 이닛의 클라라 시켈만, 미하일 코마로프, 알렉세이 모스크빈은 지난주 공개한 '실디드 비트코인' 논문에서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규칙을 바꾸지 않고도 거래 금액과 송금자, 수취인을 숨길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다.
지캐시가 사용하는 암호화 결제 방식을 가져오는 것이 핵심이다. 비트코인으로 표시된 가치를 '노트(notes)'라는 암호화된 기록에 보관하고, 이를 사용할 때 송금자가 해당 자금을 갖고 있으며 새로운 자금을 임의로 만들어내지 않았다는 사실만 수학적으로 증명한다. 금액과 송금자·수취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지캐시와 달리 비트코인 블록체인이 이 증명을 직접 확인하는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에는 거래 데이터를 기록하고 실제 검증은 별도 소프트웨어가 맡는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거래는 승인됐더라도 그 안에 담긴 비공개 결제가 별도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
최근 프라이버시가 주목받는 것은 가상자산의 활용 범위가 급여 지급과 기업 결제, 일상적인 소비 등으로 넓어지고 있어서다. 일반 비트코인 거래에서는 주소와 금액이 공개된다. 특정 주소가 기업이나 개인의 것으로 확인되면 해당 주소와 관련된 다른 거래도 추적하기 쉬워진다.
지캐시는 주소와 금액을 공개하는 '투명 결제'와 이를 암호화하는 '실디드 결제'를 모두 지원한다. 코인데스크가 ZecStat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금요일 기준 실디드 풀에는 약 490만 ZEC가 보관돼 있었다. 7월30일보다 14% 늘어난 것으로 전체 발행량의 약 29%다. 최근 가격으로는 약 78억달러 규모다.
지난주 실디드 거래는 약 6만3000건으로 2022년 이후 가장 많았다. 전체 네트워크의 주간 전송 규모도 230억달러를 넘어 202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흐름 속에 ZEC 가격은 9월 초까지 1년간 2300% 넘게 뛰며 1000달러를 넘어섰고 지난 수요일에는 1600달러를 돌파했다.
실디드 비트코인이 실제로 도입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현재 공개된 56쪽짜리 기술 명세에는 실제 BTC를 시스템에 어떻게 넣고 다시 꺼낼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 빠져 있다. 거래 시점과 수수료 지급 내역도 여전히 공개된다.
솔라나 개발자용 인프라 업체 헬리우스(Helius)의 공동창업자 머트 뭄타즈는 이 방식을 "상당한 트레이드오프를 수반하는 합성 원장"이라고 평가하며 입·출금 방식과 수수료 익명화 문제를 지적했다.
비용도 일반 거래보다 많이 든다. 코마로프는 비공개 거래 한 건의 크기를 약 700가상바이트(vB)로 추산했다. 일반적인 비트코인 거래는 100~200vB 수준이다. 같은 수수료율이라면 채굴자에게 지급하는 수수료가 약 4배에 이를 수 있다. 아직 출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더리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더리움 공동창업자 비탈릭 부테린은 27일 '암호학적 월드 컴퓨터(The cryptographic world computer)'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2030년 이더리움의 모습을 제시했다.
부테린은 2030년의 이더리움이 여전히 블록체인으로 불릴 수 있겠지만 작동 방식은 현재와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봤다.
현재 이더리움에서는 거래가 규칙에 맞게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 컴퓨터가 같은 계산을 반복한다. 네트워크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식이지만 컴퓨터 수를 늘린다고 처리 능력이 같은 비율로 증가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부테린은 암호학적 증명을 이용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컴퓨터가 거래를 처리한 뒤 규칙에 따라 계산했다는 수학적 증명을 만들면 다른 컴퓨터는 전체 계산을 다시 할 필요 없이 이 증명만 확인하면 된다. 서로 다른 컴퓨터가 각기 다른 작업을 처리할 수 있어 네트워크의 처리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프라이버시도 강화한다. 현재는 사용자가 지갑 잔액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외부 서버가 어떤 계정을 조회했는지 알 수 있다. 부테린은 결제 내역뿐 아니라 지갑의 조회 요청과 계정의 지출 승인 규칙까지 숨기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향후 이더리움에서 결제가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최종 확정되는 데 약 8~32초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예정된 '헤고타(Hegotá)' 업그레이드는 현재와 같은 방식의 기술을 사용하는 마지막 '일반적인' 포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에는 수학적 증명과 소프트웨어 오류 검증, 양자컴퓨터에 대비한 보안 기술이 이더리움 개발의 중심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부테린은 "헤고타 이후부터 이러한 전환이 이더리움의 핵심 이야기가 된다"며 최종적으로는 기존 기술보다 "훨씬 더 저렴하고 확장성이 높으며 프라이버시가 강화된 고도의 보안 연산"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