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뉴스핌] 남정훈 기자 = 정규시즌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최고의 타자다. 하지만 날씨가 쌀쌀해지고 순위 싸움이 가장 치열해지는 순간, LG의 중심타자 오스틴 딘의 방망이가 다시 식고 있다.
오스틴은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운명의 3연전 첫 번째 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6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제임스 네일을 상대로 2루타를 터뜨렸고 문정빈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하지만 9회말 1사 3루에서는 전상현을 상대로 2루수 뜬공에 그쳤다. 동점 주자를 3루에 두고도 해결하지 못했고, LG는 결국 4-5로 패해 6연패에 빠졌다. KIA와 격차도 1경기로 좁혀졌다.
이날 5타수 1안타로 오스틴의 시즌 성적은 137경기 타율 0.338(517타수 175안타), 39홈런, 122타점이 됐다. 여기에 장타율 0.646, 출루율 0.432, OPS(출루율+장타율) 1.078을 기록하고 있다. 득점권 타율도 0.389에 달한다.
어느 숫자를 꺼내도 리그 최정상급이다. 오스틴은 2023년 LG 유니폼을 입은 이후 매년 꾸준한 생산력을 보여줬지만 올 시즌에는 한 단계 더 올라섰다. 39홈런은 개인 한 시즌 최다이고, 타율과 OPS 역시 KBO리그 진출 이후 최고 수준이다. 2024년 기록했던 개인 최다 132타점에도 10개 차로 접근했다.
9월 중순까지만 해도 개인 타이틀 여러 개를 동시에 노릴 정도였다. 지난달 12일에는 두산을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4연패 탈출을 이끌었고, 당시만 해도 김도영과 치열한 홈런왕 경쟁을 벌였다.
◆39번째에서 멈춘 홈런…사라진 해결사 본능
문제는 가장 중요한 시즌 막판 방망이가 식었다는 점이다. 오스틴의 마지막 홈런은 지난달 13일 나왔다. 이후 10월 3일까지 홈런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시즌 홈런은 39개에서 멈춰 있다. 무려 11경기 째 침묵 중이다.
특히 지난달 20일 이후에는 타율 0.269에 그치고 있고 타점은 단 1개뿐이다. 그 1타점마저 지난달 20일 기록한 뒤 끊겼다.
단순히 안타가 조금 줄어든 것보다 타점 생산이 멈췄다는 점이 LG에는 더욱 뼈아프다. 오스틴은 올 시즌 122타점을 책임진 중심타자다. 그런 타자가 시즌 막판 10경기 넘게 홈런을 치지 못하고 20일 이후 타점을 하나도 추가하지 못하면서 LG의 득점력도 함께 떨어졌다.
물론 모든 책임을 오스틴에게 돌릴 수는 없다. 오스틴 앞에서 주자가 쌓이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타자라도 타점을 올릴 방법이 없다. 시즌 내내 LG 타선 전체가 기대만큼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은 가운데 최근에는 팀 전체의 타격감까지 떨어지면서 오스틴에게 해결할 기회 자체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는 경기도 많았다.
LG 염경엽 감독 역시 3일 KIA전을 앞두고 "포스트시즌까지 가기 위해서는 일단 타격이 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년 내내 이야기하는데 8경기밖에 안 남았다"라며 주전 대부분이 동시에 부진한 시즌을 보내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오스틴에 대해서 "상대가 피하니까, 오스틴이 안 좋은 게 아니라 상대가 승부를 안 하니까 오스틴이 힘들어진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3번을 맡는 오스틴에게 기대되는 역할은 결국 해결사다. 특히 3위를 놓고 KIA와 직접 경쟁하는 지금은 안타 하나보다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한 방의 가치가 훨씬 커진다.
3일 경기 마지막 타석이 상징적이었다. LG는 4-5로 뒤진 9회말 박해민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뒤 도루와 오지환의 희생번트로 1사 3루를 만들었다. 타석에는 올 시즌 득점권 타율 0.389, 122타점을 기록한 오스틴이 들어섰다.
하지만 전상현을 상대로 타구를 외야까지 보내지 못했다.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후속 이영빈마저 유격수 뜬공에 그치면서 경기가 끝났다. 시즌 전체로 보면 오스틴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울 만큼 뛰어난 성적이지만, LG가 가장 필요했던 한 번의 타석에서는 122타점 타자의 해결 능력이 나오지 않았다.
◆2023년에는 뜨거웠는데…최근 가을야구에서 반복된 침묵
더 신경 쓰이는 대목은 최근 포스트시즌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오스틴이 처음부터 가을야구에 약했던 것은 아니다. LG 입단 첫해였던 2023년 한국시리즈에서는 KT를 상대로 타율 0.350(20타수 7안타), 1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LG가 29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중심타자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2024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는 15타수 1안타, 타율 0.067에 그쳤다. 정규시즌 타율 0.319, 32홈런, 132타점으로 맹활약했던 타자가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갑자기 침묵했다.
2025년 한국시리즈에서도 부진은 반복됐다. 시리즈 초반 5경기에서 20타수 1안타, 타율 0.050에 머물렀고 첫 3경기에서는 안타조차 없었다. 4차전 9회가 돼서야 시리즈 첫 타점을 기록할 정도로 방망이가 무거웠다.
결국 최근 두 차례 가을야구만 놓고 보면 정규시즌의 오스틴과는 전혀 다른 타자가 됐다. 정규시즌에서는 3할 타율과 30홈런, 100타점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리그 대표 외국인 타자지만, 2024년 플레이오프와 2025년 한국시리즈 초반에는 상대 배터리의 집중 견제를 좀처럼 뚫지 못했다.
올해도 아직 포스트시즌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즌 막판 순위 싸움 자체가 사실상 가을야구와 다름없는 상황에서 다시 타격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LG로서는 반갑지 않은 신호다.
더구나 올해 LG의 상황은 지난 시즌들과 다르다. 3일 KIA에 패하면서 6연패에 빠졌고, 3위 LG와 4위 KIA의 격차는 이제 단 1경기다. 3위를 지키면 준플레이오프로 직행할 수 있지만, 4위로 내려가면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해야 한다.
개인 타이틀 경쟁에서도 오스틴은 급해졌다. 39홈런에서 멈춰 있는 사이 김도영(KIA)과 샘 힐리어드(KT)는 41홈런까지 치고 나갔다. 불과 보름 전까지만 해도 여러 타격 부문 타이틀을 동시에 노렸던 오스틴이 이제는 하나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그래도 LG가 원하는 것은 개인 타이틀보다 오스틴의 방망이가 다시 팀 승리와 연결되는 것이다. 타율 0.338, 39홈런, 122타점, OPS 1.078이라는 압도적인 시즌을 보내고도 가장 중요한 순간 침묵한다면 오스틴에게도, LG에도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3일에는 오랜만에 장타가 나왔다. 그러나 9회 1사 3루, LG가 가장 간절하게 한 점을 원했던 순간에는 타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찬바람이 불수록 방망이가 식었던 최근 두 번의 가을. 올해만큼은 달라져야 한다. 정규시즌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이었던 오스틴의 방망이가 다시 뜨거워져야 LG도 6연패와 3위 추락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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