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한국 축구대표팀이 경기력 부진에 이어 선수단 내부 갈등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손흥민(LAFC)의 주장 리더십을 둘러싼 논란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포르투), 황희찬(샬케) 등 1996년생 핵심 선수들의 대표팀 은퇴설로 번졌다. 은퇴설은 당사자들의 부인으로 일단 진정됐지만 갈등의 실체와 해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의 전술과 선수단 관리 능력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모레노호는 9~10월 A매치 4연전을 2승1무1패로 마쳤다. 에콰도르를 3-0으로 꺾으며 출발했지만 우루과이에 1-4로 완패했고 베네수엘라와는 0-0으로 비겼다. 마지막 우즈베키스탄전에서 2-0으로 승리했지만 경기 주도권과 내용에서 확실한 변화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10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32위에 머물렀다.
손흥민은 4경기에서 3골을 넣으며 한국 남자 A매치 통산 최다 득점 기록을 59골로 늘렸다. 차범근 전 감독의 58골을 넘어선 대기록이다. 그러나 개인의 성과와 대표팀의 분위기는 별개였다. 그라운드에서 쌓은 성과가 선수단 내부의 균열을 가리지 못했다.
갈등은 베네수엘라전 이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민재는 경기 후 "팀 수준을 올리기 위해선 모든 선수가 '머리를 처박고'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비진의 부담을 언급하며 공격진의 수비 가담과 팀 전체의 헌신을 요구했다. 황인범도 "문제점들이 분명히 보이는 상황이 많은데 누구도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고, 나설 사람도 없다"고 토로했다. 대표팀 내부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두 선수의 발언은 단순한 경기 소감 이상의 파장을 낳았다.
우즈베키스탄전 이후에는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의 대표팀 은퇴설까지 불거졌다. 세 선수는 대한축구협회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과 장시간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황인범은 은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했다. 세 선수 모두 대표팀을 떠나겠다는 뜻을 공식화하지는 않았다. 다만 은퇴설이 제기될 만큼 선수단 내부의 불만이 누적됐다는 점에서 사태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논란의 중심에는 '손흥민의 리더십'이 있다. 손흥민은 2018년부터 대표팀 주장을 맡아 선수단을 이끌었다. 오랜 기간 대표팀의 상징이자 핵심 공격수로 활약했지만 주장 체제가 장기화하면서 리더십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축구계 관계자들은 1996년생 선수들이 팀 내에서 영향력을 키운 만큼 세대교체와 함께 주장단의 역할도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만 주장 교체가 갈등 해결의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선수단 내부의 불만이 주장 개인에게만 집중돼 있다면 역할 변화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반면 전술적 문제와 선수 기용, 소통 구조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다면 주장 완장만 바꾸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손흥민에게 책임을 집중하거나 1996년생 선수들의 문제 제기를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방식 모두 해법과 거리가 멀다.
대표팀 은퇴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에게는 그에 따른 책임도 뒤따른다. 내부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대안과 소통으로 연결해야 한다. 은퇴설이 선수단 내 주도권 다툼이나 압박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대표팀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반대로 문제 제기를 묵살하고 기존 체제만 고수한다면 불만은 다시 터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모레노 감독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는 대표팀 내부의 갈등 가능성을 전달받았지만 부임 직후 선수단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임시 사령탑이라는 한계 속에서 손흥민에게 다시 주장 완장을 맡겼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리더십과 선수단 운영 방식에 대한 논쟁은 커졌다. 감독은 선수들의 갈등을 중재하는 동시에 경기력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모레노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현 계약은 11월 27일까지로 알려졌으며, 향후 11월 A매치 2연전은 정식 사령탑 승격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무대다. 아시안컵까지 계약을 연장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경기력과 선수단 관리에서 변화가 없다면 입지를 장담하기 어렵다. 감독 선임과 계약 연장 논의에 앞서 대표팀이 어떤 축구를 할 것인지, 선수단의 갈등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손흥민의 주장직 유지 여부만으로 대표팀의 미래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특정 선수의 퇴진이나 잔류가 아니라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누구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소통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베테랑의 경험을 존중하면서 후배들에게 책임을 넘기는 과정도 필요하다. 모레노 감독에게는 그 과정을 조율하고 경기력으로 증명할 책임이 있다. A매치 4연전은 끝났지만 모레노호의 진짜 시험은 이제 시작됐다. 선수단 내부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전술 변화도, 세대교체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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