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헌 기자 = 두산퓨얼셀이 당장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대신 3년 뒤부터 금리가 연 5%로 급등하는 조건으로 4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 최초 3년간 표면이자율은 0%지만 2029년부터 5%로 뛰고 이후 매년 1%포인트씩 높아지는 구조다.
영업적자와 차입금 상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영구채 발행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당장의 현금 유출을 줄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금리 인상 이전에 사채를 상환하거나 주식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이자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 특히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3년 뒤 차환 조건이 이번 자금조달의 실질적인 부담을 결정할 전망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퓨얼셀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300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CB)와 1000억원 규모의 영구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결정했다. CB 발행액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연료전지 사업 관련 원재료 구매를 비롯한 운영자금으로, BW 발행액은 기존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두 사채의 만기는 2056년 11월로 30년이며 회사 선택에 따라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최초 3년간 표면이자율은 0%, 만기보장수익률은 연 2%로 설정됐다. 전환가액과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은 모두 주당 4만3704원이다. 사채권자의 조기상환청구권은 없으며, 두산퓨얼셀은 발행 3년 뒤부터 콜옵션을 행사해 사채 전액을 상환할 수 있다.
두산퓨얼셀이 영구채 발행에 나선 배경에는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두산퓨얼셀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면서도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지난해 10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다 설비투자와 운전자금 부담이 확대되면서 재무안정성이 약화됐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사의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345.9%로 지난해 말보다 119.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한국신용평가가 제시한 신용등급 하향 기준 중 하나인 12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EBITDA/매출액 비율 역시 음수를 기록해 하향 기준인 5% 미만을 충족하고 있다.
영구채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돼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두산퓨얼셀은 이번 발행을 통해 부채비율을 기존 300%대에서 100%대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동성 부담에 영구채 선택…2029년 금리 인상 변수
기존 차입금의 만기와도 맞물려 있다. 상반기 기준 두산퓨얼셀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48억원에 그친 반면 단기차입금은 2850억원에 달했다.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도 525억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결국 이번 영구채 발행은 자본 확충과 유동성 확보를 동시에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기존 차입금 일부를 표면이자율 0%의 영구채로 대체하면서 당장의 이자부담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일반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조달 창구를 다변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발행 3년 뒤부터 금리가 높아지는 스텝업(Step-up) 조항이다. 이번에 발행한 영구채는 2029년 11월부터 표면이자율과 만기보장수익률이 각각 연 5%, 7%로 상승하고 이후 매년 1%포인트씩 추가로 높아진다. 사채 전액이 유지되면 연간 표면이자 부담은 200억원으로, 이후 매년 40억원씩 늘어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상환여력이 크지 않은 두산퓨얼셀이 2029년 금리 인상 시점을 전후해 차환을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기존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새로운 자금을 조달할 경우 금융비용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영구채 발행으로 확보한 재무적 여유를 실질적인 재무구조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는 향후 현금창출력 회복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IB업계 관계자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스텝업 조항을 고려하면 고금리 자금조달 성격도 있다"며 "향후 차환으로 대응한다면 시장금리에 따라 재무부담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두산퓨얼셀이 내년부터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거라 전망하고 있다. DS투자증권은 올해 두산퓨얼셀이 63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내년 72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올해 170억원에서 내년 1240억원으로 증가하고, 잉여현금흐름은 같은 기간 (-)340억원에서 730억원으로 양수전환할 거라 내다봤다. SK증권은 내년 영업이익을 450억원으로 전망했다. 미국 AI 데이터센터용 연료전지 공급 확대와 비용 부담 완화가 실적 개선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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