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이 건물은 지난달 68억원에 매각됐습니다. 토지 평당 1억7000만원 정도입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계동길. 김웅 하나은행 부동산 투자자문센터 전문위원이 거리의 한 건물을 가리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대지면적 40평 규모의 건물이 최근 68억원에 거래됐다는 말에 참가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건물로 향했다. 참가자들은 손에 든 자료집과 눈앞의 건물을 번갈아 살피며 전문가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북촌을 찾은 이들은 하나은행이 초청한 자산가 고객들이다. 하나은행은 이날 'K-헤리티지의 중심, 북촌'을 주제로 '2026 부동산 투어 세미나'를 진행했다. 은행 부동산 전문가와 고객들이 주요 상권을 직접 걸으며 건물의 실거래가와 매물 현황, 투자 수익성 등을 살펴보는 현장 체험형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하나은행 계동지점에서 출발해 계동 카페거리와 북촌 한옥마을, 삼청동, 북촌로 등을 2시간 넘게 둘러봤다. 손에는 주요 건물의 매매가격과 임대 현황이 담긴 자료집을 들고, 귀에는 전문가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소형 수신기를 착용했다.
투어를 이끈 김웅 위원은 북촌을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유망지로 소개했다. 김 위원은 "북촌일대는 K컬처 열풍으로 외국인 관광객과 2030대들이 많이 방문하는 상권"이라며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담고있는 이 지역이 상업적· 문화적 가치를 재창출하는 곳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임에도 도산공원과 성수동, 한남동 등 일부 인기 상권에서는 신고가가 나오고 있는데 북촌도 그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실제 북촌 거리에는 과거 전통찻집과 공방이 자리하던 곳에 니치 향수와 화장품, 패션 브랜드 매장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북촌 거리에 설화수, 오설록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으며 추가 부지를 사들여 북촌 일대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북촌에서 출발한 향 전문 브랜드 그랑핸드도 2023년 약 40억원을 들여 부지를 매입하는 등 지역 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아디다스, 뉴발란스, 푸마 등 스포츠 브랜드의 진출도 눈에 띈다. 북촌 둘레길을 뛰는 러닝 열풍에 맞춰 일부 매장에서는 러닝화와 운동복 대여는 물론 짐 보관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김 위원은 "북촌에 유입되는 소비층은 20~30대 젊은 층과 해외 관광객"이라며 " 기업들이 이들의 소비 성향에 맞춰 니치 향수, 드럭스토어, 러닝 관련 매장 등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에 따르면 이번 투어 구간에서 확인된 최고 거래가격은 토지 평당 1억92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부동산 세미나 투어를 진행했던 성수동 연무장길에서 최근 평당 5억원이 넘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북촌은 아직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축에 속한다.
이날 투어에서 주목받은 투자 대상 중 하나는 한옥 숙박시설이다. K컬처 열풍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신규 한옥 공급은 제한적이어서 희소성이 높은 편이다. 특히 북촌은 경관 보존을 위한 각종 건축 규제로 신규 공급이 쉽지 않아 기존 한옥을 리모델링해 숙박시설로 활용하는 방식이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옥 숙박시설 위탁운영업체 '버틀러리' 관계자는 "한옥 숙박업은 외국인을 관광객 중심으로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반면 신규 공급은 제한적"이라며 "기존 한옥을 리모델링해 활용해야 하는 만큼 희소성이 크고 장기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숙박객의 약 70%가 외국인으로 연간 가동률은 91~92% 수준"이라며 "한국의 전통적인 공간에서 머물고 싶어 하는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옥은 구조적 특성과 보존 규제 등으로 리모델링 비용이 높고, 입지와 접근성에 따라 숙박 수요에도 차이가 있어 신중한 투자 판단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른 매물은 수익성과 향후 매각 가능성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 위원은 북촌 부동산 시장에 대해 "당분간 전망은 좋다고 보지만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으로 관광객이 줄어들 가능성은 잠재 위험 요인"이라며 "한옥의 토지 가격이 꽤나 오른 만큼 향후 환금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에 투자해 대박을 낼 수 있는 상권은 아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무조건 좋다고 보기보다는 선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과 22일 양일간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자산가 고객 60명이 참여했다. 부동산 투어를 마친 뒤에는 하나은행 WM본부 소속 부동산 전문위원들과의 개별 투자 상담도 이뤄졌다.
최근 은행권에서 고액자산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자산관리(WM)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일환인 셈이다. 하나은행이 지난 2015년부터 운영한 부동산 투어 세미나에서는 연남동과 성수동, 한남동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선제적으로 소개해왔다. 실제 거래 사례와 투자 정보를 제공, 고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은정 하나은행 WM본부장은 "북촌은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있는 곳으로, 이러한 가치가 상업용 부동산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지역"이라며 "부동산 전문가들이 유망 지역을 미리 발굴하고 고객들과 함께 직접 살펴보는 만큼 이번 투어가 투자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