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13-10-07 14:42
[뉴스핌=김사헌 기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자신도 금 시세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고백한 가운데, 전 세계 금의 18%를 보유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2011년 고점 이후 시세 하락으로 인한 손실이 5450억 달러(580조 원 상당)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7일 자 블룸버그통신이 자체 집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세계금위원회(WGC) 집계에 의하면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올해도 약 350톤, 약 150억 달러어치의 금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964년 이후 최대인 535톤의 금을 매입한 이후의 행보로, 특히 러시아가 보유금의 규모를 20%나 늘리면서 최대 매수세력으로 떠올랐다.
2012년까지 12년 연속 상승하며 6배나 뛰어오른 금 가격은 올들어 4월에 약세장에 진입했고 현재까지 21%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상품시장에서 옥수수와 은 선물 이후 3번째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중앙은행이 계속 매수세력이 되었지만 투자자들은 금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 금 상장지수상품(ETP) 규모는 올들어 604억 달러, 43%나 감소했고, 존 폴슨이 이끄는 헤지펀드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조지 소로스는 올해 자신이 보유한 최대 금 ETP 지분을 매도하고 광산기업 보유자산 상각까지 해서 최소한 260억 달러의 자산 손실을 입었다.
지난 7월 상원은행위원회에 참석한 버냉키 의장은 금 시세의 변동성에 대해 설명할 것을 요구받자 투자자들은 재난에 대한 보험 차원에서 금을 보유할 필요가 줄었다면서, 금은 상품으로 화폐적인 특징이 아니라 자산의 특징을 가진 것이며 중앙은행들이 금을 보유하는 것은 장기적인 전통일 뿐 금 본위제 등의 필요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버냉키 의장은 조지 워싱턴 대학교 강연에서는 금 본위제로 돌아가는 것은 양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정부의 통화정책 완화를 억제하기 때문에 좋은 방식이 될 수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미국이 보유한 금은 8133.5톤으로 약 3442억 달러 규모이며, 전 세계 금 보유량의 72%를 차지하고 있다. 신흥시장 중에서 외환보유액 내 금 비중이 가장 큰 곳은 베네수엘라로 전체의 67%를 금이 차지한다. 러시아의 경우 그 비중이 9% 정도에 그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의하면 2013년 9월 말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3369억 달러이며 이 중에서 금은 479억 5000만 달러 수준으로 비중이 전체의 1.42%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