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3-04-27 10:03
[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중대재해법 취지에 따라 원청을 처벌하는 판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잇달아 나온 중대재해 1호 기업과 2호 기업에 대한 법원 판결은 원청에게도 안전의무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면서, 향후 진행될 중대재해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중대재해법 첫 실형…법 시행 1년만26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이날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강지웅 부장판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이사 A씨에게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했다. 법인에 대해서도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16일 경남 함안의 한국제강에서 작업 중이던 협력업체 직원 B씨(60대)가 1.2톤 무게의 방열판에 다리가 깔려 숨진 것과 관련해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원청 대표가 구속된 것은 한국제강 사례가 처음이다.
앞서 지난 6일 중대재해법 1호 선고인 온유파트너스 대표 B씨는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처분을 받았다.
이번 판결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중대재해와 관련해 노사 공방이 있는 상태에서 사법부 결정에 대해 정부가 입장을 내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다만 주무부처인 고용부 안팎에서는 사법부 판결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지만 고무적인 분위기가 역력하다.
◆ 원청 책임 공식화…유사 판례 쏟아질 듯
중대재해법 첫 번째와 두 번째 판결 모두 유죄로 나오면서 앞으로 진행될 중대재해 재판에 있어 원청의 안전보건 책임 의무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 과정에서 기존 판례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 만큼 향후 비슷한 판결이 쏟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경영계는 잇단 법원 판결에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기업 대표가 처벌을 받는 만큼 기업 이미지 실추는 물론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서다. 특히 원청을 처벌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당초 중대재해법은 입법 당시에도 원청에게 책임을 지게 한다는 이유로 경영계로부터 극심한 반발을 샀다.
이 법은 산업재해로 노동자가 다치거나 사망했을 때 안전 관리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기업 대표는 물론 원청업체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골자다.
기업이 근로자 안전을 위한 의무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면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처벌 수위가 세다보니 경영계에선 '한 번 걸리면 문을 닫아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나올 중대재해 판결 및 형량이 최근 두 판결 규모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처벌 피하기에 골몰할 게 아니라, 기업 스스로 안전보건 관리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대재해법은 안전보건관리에 소홀한 기업을 강력히 처벌하고자 하는 사회 여론이 형성돼 만들어진 법"이라며 "사회적 관심이 법을 만들었고, 강력히 처벌하자는 의지가 들어있기 때문에 원청을 처벌하는 중대재해법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번 중대재해 판결도 이를 감안해 엄중 처벌한 것"이라며 "다만 형량을 높이는 방식으로는 중대재해 감축 효과가 나오기 힘들다. 기업은 안전보건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이 정도의 처벌을 받는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실제 사고 예방에 나설지 찾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고용부는 중대재해 예방 실효성 강화를 위해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태스크포스(TF), 산업안전보건 법령정비 추진반 등을 구성해 전문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등이 손질 대상이며, 오는 6월까지 중대재해법 개선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구체적인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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