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4-10-25 21:23
[서울=뉴스핌] 신수용·송현도 기자 = 핼러윈 데이(31일)을 엿새 앞둔 25일 저녁 서울 마포구 클럽 거리는 요란한 음악 소리와 북적이는 인파 사이로 형광색과 검은 옷을 입은 경찰관들과 노란 조끼를 입은 공무원들이 오갔다.
홍대 거리를 걷던 박 모(32·남) 씨는 "눈만 돌리면 경찰이 보여 안전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신경도 쓰인다"며 "이태원 참사로 너무 힘들긴 했다"고 말했다.
◆ 북적이는 홍대...핼러윈 인파 쏠려홍대 일대엔 핼러윈 날을 맞아 모인 이들로 복작였다. 사방이 개방된 술집 앞에는 20여 명이 줄지어 있었다. 지하 등 밀폐 공간이 주를 이루는 클럽 앞은 한적했다. 클럽 앞에선 경찰과 직원 사이 대기 줄 배치를 놓고 실랑이도 벌어졌다.
홍대 피자집에서 일하는 미국인 에이브(26·여)씨는 "주말이 껴서 사람이 많다'며 "핼러윈 당일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 예술의 거리'엔 하얀 천막을 두른 '안전관리 합동 상황실' 4채가 자리했다. 마포구청은 구청 공무원 175명, 민간 인력 150명, 전문 안전관리자 50명 등 총 375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오늘부터 31일까지 (합동 상황실을) 운영할 예정으로 새벽 2시 이후까지 있을 예정"이라며 "지금은 사람이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긴장된다"고 말했다. 재무, 예산정책과, 재정, 징수과, 보건소 등 다양한 부서 관계자들이 주요 길목마다 배치됐다.
홍대입구역은 1분마다 핼러윈 날 안전 사고를 유의해달라는 방송이 나왔다. 역사 출구마다 배치된 지하철 보안관이 "이쪽으로 들어오시면 안 된다"며 출입구를 통제했다. 홍대 거리 곳곳엔 '안전거리 확보'가 적힌 바리케이드가 줄지어 세워져 양방 통행을 유도했다.
◆ 휑한 이태원 거리…인파 참사 전 20%대로 뚝
이태원 일대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길거리를 거니는 시민들의 옷차림 역시 퇴근길 평상복이 주를 이루며, 핼러윈 날을 맞아 특별한 옷차림을 한 시민은 보이지 않았다.
썰렁한 거리를 살피는 상인들은 조용한 분위기에 연신 한숨을 쉬었다. 이태원 일대 상인들은 손님보다 경찰이 더 많다며 손사래 쳤다. 경찰은 용산 일대에 200여 명의 경찰관을 배치했다. 관계 당국은 중점 관리 구역인 이태원 세계 음식 문화거리, 퀴논길 일대에 안전 펜스를 세우고 경찰관과 안전 요원 등을 집중 배치했다.
이들은 입간판 하나에도 벌금을 물어야 한다며 핼러윈 특수마저 비켜갈까 전전긍긍했다. 해밀톤 호텔 인근 주점 사장 강모(32) 씨는 "다들 조용하게 하는 분위기라서 핼러윈 날도 예전만 못하다"며 "사전에 구청에서 적치물을 치우지 않으면 벌금을 물린다고 하는 등 시정 조치 사항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거리엔 안전 표지판이 가득했다. 용산구청은 ▲인파관리 안전게시판 및 방송 스피커 설치 ▲일방통행 유도를 위한 도로 쏠라표지병 설치 ▲세계음식문화거리 내 다중인파감지 안내전광판 3개소 구축 ▲이태원로19길 5(세계음식문화거리 진입로) 보차혼용도로 정비 ▲보행자 유도 노면표시 설치 했다.
의류 매장 상인은 "코스튬(핼로윈 복장을)하는 사람도 없이 썰렁하다"며 "돌아보니 이태원 상권만 확 죽었다. 3년 전에는 길거리마다 페이스 페인팅(얼굴 색칠)을 하는 좌판 상인들이 자리를 봐달라고 사정했는데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인파가 20%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침울하고 위압감이 들어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거 아닌가 싶다"며 "안전 문제를 사전에 대비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 아쉽다. 그래도 이번 해를 사고 없이 잘 넘겨서 다시 이태원 거리가 부흥했으면 좋겠다"고 눈물 지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