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기자] 삼성그룹이 MRO사업에서 철수를 결정하자 정부와 정치권 등에서는 '통 큰 결단'이라는 찬사가 잇따랐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의 결정이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이라는 바람대로 이뤄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삼성이 MRO 계열사인 아이마켓코리아(IMK)의 지분 58.7%를 해외기업에 매각한다면 '알짜 기업'의 국외 유출 등 다른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MRO사업은 복사용지부터 청소도구까지 수많은 소모성 용품들을 일괄적으로 구매, 납품하는 것이다. 이로인해 대기업이 문방구까지 해야하느냐는 비난을 받아왔다. 특히 대기업들은 설립 초기에는 그룹내 계열사에만 용품 공급을 했지만 점차 대상을 협력업체, 일반시장으로 확대했다. 그러다보니 중소업체들의 영역을 빼았는다는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IMK만 해도 1만 1000여개 업체로부터 40만개의 품목을 공급받는 거대기업이 됐다.
◆ 대주주 바뀌어도 중소기업 입장은 똑같다
삼성이 IMK의 지분을 매각한다해도 이 사업구조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MRO업체를 이용해야만 한다. 대주주가 삼성의 계열사에서 다른 곳으로 바뀌었을 뿐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MRO업체를 통해 삼성에 납품해야한다.
만약 외국의 사모펀드가 IMK의 새로운 대주주로 들어온다면 이들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납품단가를 후려치거나 아웃소싱을 해외로 돌릴 수도 있다. 국내 중소기업에겐 더 가혹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매출규모 1.5조원에 달하는 알짜기업을 국외로 팔아넘겼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대기업 임원은 "IBM 같은 외국 대기업은 MRO사업을 하고 있다"며 "만약 삼성이 해외 MRO기업에 지분을 판다면 이를 과연 상생이라고 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 IMK는 신규 공급처 확보 길 열린다
여기에 삼성은 IMK와 지분 매각 후에도 거래 관계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인수자가 희망한다면 일정 지분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IMK 입장에서 보면 이번 지분 매각이 '삼성 계열사'라는 든든한 우산을 잃지만 그리 손해만은 아니다. 지난 5월 삼성은 IMK의 사업영역을 삼성그룹 계열사 및 1차 협력사로 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즉, IMK의 성장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했던 것이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IMK는 이같은 제한을 넘어서 새로운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은 셈이다.
중소기업들과의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을 위해 삼성은 MRO 철수를 결정했지만 오히려 IMK라는 대기업은 사업 확장 가능성을 확보하는 모순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 포스코, 영업이익 남기지 않게 MRO 운영
이에 포스코의 선택이 MRO에 관한 동반성장의 모델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최근 MRO계열사인 엔투비를 찾아 "동반성장 차원에서 엔투비는 영업이익을 남기지 않는다는 각오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엔투비의 영업이익률은 0.2~0.4%에 불과할 정도로 낮으나, 이마저 중소기업의 시스템 개선 등 지원사업에 사용하라는 정 회장의 주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MRO사업과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및 상생이라는 숙제를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냉정하게 풀어야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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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