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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맹희vs이건희 본격 소송..삼성특검 악몽 '꿈틀'

기사등록 : 2012-02-18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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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강혁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0)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7200억원대의 주식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한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씨(81)가 법원에 인지대 22억원을 납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전은 본격화된 셈이다.

삼성그룹이나 이맹희씨의 아들인 이재현 회장(52)의 CJ그룹 모두 적잖게 당황스러운 상황이 됐다. '원만한 합의'로 송사의 일단락을 점쳤던 분위기도 인지대 납부 소식에 '전면전'으로 국면전환한 양상이다.

이맹희씨는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보통주 824만761주와 삼성전자 보통주·우선주 각각 10주와 1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병철 창업주가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독식했다는 게 그가 소송을 제기한 명분이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소송을 두고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송사의 결과에 따라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변화를 예상하는가 하면, 다른 상속권리자인 형제자매의 줄소송 가능성도 부상 중이다.

더구나 정치권 일각과 시민사회단체까지 나서 '삼성특검'의 악몽을 되살리면서 법정공방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지 재계의 눈과 귀가 쏠리는 형국이다. 재벌개혁 요구가 거세지는 요즘, 이번 소송이 삼성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18일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맹희씨 측은 소장 제출 하루 뒤인 지난 15일 소송 인지대 22억4900만원을 납부했다. 이는 전자소송으로 절차를 진행해 원래 인지대에서 10%가 감액된 것이다.

이맹희씨의 소송 취지는 이병철 창업주의 차명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다른 상속인들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관리했다는 것이다. 그는 소장에서 "선대회장 타계 시 상속인들에게 법정상속분대로 상속됐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소송전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 오너가의 형제 간 재산분쟁이라는 소재와 더불어 소송 결과에 따라 이어질 수 있는 변수가 삼성 경영과 연결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증권가에서는 '지배구조 변화'란 밑그림을 그리는 분위기다. 이건희 회장의 승소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패소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삼성생명 주식이 이맹희씨에게 일부 넘어갈 경우 이건희 회장에서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정점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삼성생명은 이건희 회장이 20.76%의 지분율로 최대주주다.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이건희 회장이 패소하더라도 이번 소송만으로 큰 틀의 삼성 경영권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시장에서 민감하게 볼 수밖에 없는 삼성 지배구조 정점의 변화와 추가 소송 여부에 따른 삼성 경영에서의 이맹희씨 입김은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이맹희씨의 소송 결과는 다른 상속권리자의 추가 소송 여지를 남길 수도 있다. 이병철 창업주는 슬하에 3남5녀를 뒀는데, 이번 소장에서 보듯 다른 상속권리자들이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맹희씨는 소장에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은 아버지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이라면서 "그런데 이건희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명의 신탁을 해지한다는 이유로 단독 명의로 변경해 버렸다"고 언급한 상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법적으로 충분히 논의해볼만한 사안으로 보인다"며 "이미 지난해부터 범삼성가 주변에서 이 같은 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로펌 등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고 증언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인 삼성생명 차명주식은 삼성특검을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차명주식이 공개된 것은 지난 2008년. 이건희 회장은 삼성특검이 마무리되고 경영권에서 물러나면서 이듬해인 2009년 삼성전자 보통주 498만5464주와 우선주 1만 2398주, 삼성생명 주식 324만 4800주를 실명전환한 바 있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삼성특검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의원은 최근 국세청에 공문을 보내 이건희 회장에게 이 부분에 대한 증여세 2조3000억원을 부과하라고 촉구했다. 삼성생명 차명주식이 이맹희씨와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공동상속인들의 공동재산인데 이를 모두 이건희 회장에게 명의신탁을 통해 재차 차명전환한 것은 당연히 증여세 부과 대상이라는 논리에서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특검 수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요지의 논평까지 내놨다.

이 단체는 "두 번에 걸쳐 실명전환된 삼성생명 차명주식은 현재 총 978만1200주이며, 이 중 이병철 선대회장 상속재산은 491만4000주뿐이고, 나머지 486만7200주는 상속과는 무관한 별개의 차명주식"이라고 주장했다.

삼성특검에서 불거졌던 이병철 창업주의 상속재산에 대한 '재차 검증'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셈이다.

참여연대 역시 논평을 통해 "차명주식이 실제 어떻게 형성됐는지, 차명주식 전환 과정이 적접했는지, 그 과정에서 불법은 없었는지 국세청이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양측 간의 '조기 합의'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CJ가 나서서 이맹희씨 설득에 돌입한 상황인데다, 삼성 역시 표면적으로는 송사에 대한 입장표명을 자제하고 있지만 속내는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가의 '형제간 재산분쟁'이라는 이슈와 치열한 법정공방 과정이 가문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면 삼성가 일원들의 이맹희씨 설득작업은 신속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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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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