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강필성 기자] '민간인에 의한 민간인 사찰' '0.001%의 소송전'
삼성그룹측의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미행사건'을 둘러싸고 갖가지 추측과 비판어린 말들이 세간에 무성하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씨가 동생 이건희 삼성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다툼 소송제기 직후에 삼성측 인사가 이재현 회장을 미행했다고 CJ가 지난 23일 고소했다. 이를 두고 재계안팎에서는 다양한 말들이 나오고 있다.
'0.001%의 소송전' '민간인에 의한 민간인 사찰' '국내 최고 재벌가의 00드라마' ' 재벌과 비재벌의 양극화' ' 2세의 대결이 3세로 이어지나' 등 비아냥섞인 지적들이 무성해 삼성과 CJ, 양 그룹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재계에서도 대기업 회장에 대한 미행사건은 이례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미행이 벌어지는 과정과 배경을 놓고 양 측의 주장과 반박이 극명하게 엇갈려 세간의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24일 재계와 삼성, CJ 등에 따르면 이번 이재현 회장 미행사건 자체에도 세인들이 의문을 품을 수 있는 몇몇 대목들이 발견된다.
하나, 삼성측이 미행을 했다면 무슨 목적때문에 이런 일을 자행했겠느냐는 것. 삼성측은 이와관련, "무엇하러 미행을 하겠느냐"고 일축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해당사로 지목된 삼성물산은 아예 "감사팀 소속의 해당 직원이 이재현 회장 집 인근의 재개발부지 사업성을 검토하기 위해 그곳에 갔을 뿐"이라며 강한 부정의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CJ는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며 급기야 23일 그룹 차원의 입장문 발표와 함께 이 사건을 경찰에 정식 수사 의뢰했다.
일단 경찰 조사는 이재현 회장의 미행자에 대한 신원 파악부터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물산은 사건이 알려진 직후 직원의 신원을 인정한 상태이지만 CJ는 성명불상으로 고소에 나섰다.
CJ 측은 "경찰을 통해 신원을 알고는 있지만 한 두 사람이 아니었다고 판단된다"면서 "경찰에서 신원 파악부터 일체의 조사에 착수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전했다.
삼성 측은 "경찰 조사가 시작됐으니 시시비비가 가려지지 않겠느냐"며 "경찰 조사를 지켜보자"고 사태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CJ가 공개한 부분만 놓고 보면, 여러 가지 미스터리한 퍼즐 맞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재계의 시선이다.
23일 오후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CJ그룹 법무팀이 삼성그룹의 계열사 삼성물산의 직원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미행한 사실과 관련해 성명불상으로 고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삼성에 공식 해명을 요구하고 이재현 회장에 대한 업무방해로 고소장을 접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김학선 기자> |
둘, 삼성물산 소속 직원이 차량을 오피러스에서 그랜저로 바꿔 타는 과정은 아리송하다. 이 직원은 지난 21일 조이렌트카에서 차량을 바꿔서 렌탈했는데, 조이렌트카는 CJ의 계열사다.
굳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하는 과정에서 자칫 역추적에 신분이 노출될 수 있는 조이렌트카를 이용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더불어 삼성물산의 재개발부지는 조이렌트카가 위치한 신당동에서 도보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다. 30만원이나 하는 렌트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차량을 렌트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대목이다.
게다가 삼성물산은 다른 렌트카 업체와 제휴를 맺고 업무용 차량을 빌려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렌트 과정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셋, 삼성물산 직원의 동선은 최대 의문이다. 미행직원(차량)의 복수여부도 관건이다. 경찰 조사도 이 부분은 면밀하게 들여다볼 예정이다.
삼성물산의 해명과 달리 문제의 직원은 며칠동안 이재현 회장 자택을 수차례 배회하거나 진입로에서 수시간 기다리는 모습을 보였고, CJ가 미행을 잡는 당일에는 이재현 회장이 평소와 다른 골목으로 진입하는 것을 따라 그대로 움직이기도 했다.
미행은 정말 삼성물산 직원 하나 뿐이었을까. 이 부분도 수사대상이다. CJ 주장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이재현 회장 자택 인근에는 문제의 직원으로 추정되는 차량 외에도 다수의 차량이 배회하거나 대기했다.
CJ는 이 부분 때문에 이재현 회장에 대한 미행이 조직적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CJ 관계자는 "이 외에도 신원 미상의 차량이 다량 접근해왔고 17일경 이재현 회장의 운전기사가 미행을 눈치채고 비서실에 보고한 후 CCTV를 통해 이같은 정확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문제의 직원과 함께 다른 미행자가 더 있었는지, 그들 역시 삼성 측 직원인지 여부는 경찰의 풀어야할 숙제다. 하지만 CJ가 제공한 자료상 얼굴 식별 등이 쉽지 않아 신원파악은 어려울 수 있어 보인다.
미행이 사실이라면 가장 핵심적인 의문은 남는다. 만약 CJ의 주장대로 삼성이 미행을 주도했다면 얻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부분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재현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씨(전 제일비료 회장)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7200억원대 상속분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넷, CJ는 이맹희씨의 민사소송건을 정말 몰랐을까이다. 이번 차량 미행사건도 삼성가 2세의 유산다툼에서 비롯됐다. 삼성측이 미행을 했다면 이맹희씨 소송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주변에서는 본다. 때문에 이맹희씨와 이재현씨의 사전교감 여부에 대한 검증 및 확인 과정에서 차량미행사건이 벌어졌다는 추론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미행사건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삼성가 내부에서도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면서 "가문 일원에 대한 사찰까지 벌이냐는 웃지못할 상황이 전개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섯, 삼성측의 조직적 미행이라면 이렇게 쉽게 들통났을까하는 의문이다. 추적·미행 전문가들은 이번 미행사건에 대해 최소 3대의 차량과 여러 명의 전문 인원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외부 경계가 철저한 대기업 회장을 미행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조직이 아니라면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반대로 CJ측의 회장 경호가 치밀했다고 볼 수도 있다.
삼성물산의 주장대로 감사팀 소속 직원이라면 과연 미행의 전문가인지, 어설프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접촉사고를 통해 신원을 공개했을지 의문이 꼬리를 무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같은 의혹이 경찰 조사를 통해 모두 해소될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경찰은 모든 상황에 대해서 광범위하게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조사의 핵심은 아무래도 이 사건이 미행에 따른 업무방해 여부 맞춰질 수밖에 없다. 굳이 경찰이 나서서 과정의 의문점을 파헤치고 이를 공표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CJ 측도 내심, 이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만족할만한 결과가 도출될 지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다.
CJ 내부 관계자는 "CCTV 화면 등 여러 정황 증거를 제시했지만 그 과정과 배경 속의 미스터리가 낱낱이 밝혀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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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강필성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