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송협 기자] 지난해 4월 현대그룹(회장 현정은)과 치열한 공방전 끝에 현대건설(대표 정수현)을 인수합병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8일 현대건설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인수합병 이후 정수현 사장과 투톱체제로 현대건설을 이끌어왔던 김창희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정 사장 1인 경영체제가 본격화됐던 현대건설은 이번 정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됐다.
이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현대건설 사내이사 선임과 관련 일각에서는 국내 건설업계 맏형격인 현대건설이' 현대家 종가(宗家)' 로써의 위상을 새롭게 곧추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반응이 팽배하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의 이사 선임은 책임경영 강화와 함께 그룹의 3대 핵심 성장축인 건설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것"이라며"대외신인도 제고를 통해 건설업계 불황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해석하면 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현대건설 이사로써의 행보는 달리 표현하면 과거 선친인 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그랬던 것처럼 모기업 현대건설을 직접 챙기겠다는 현대家 장남인 정 회장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실제 정몽구 회장의 선친인 故 정주영 명예회장은 한국경제사회에서 자신의 존재와 더불어 '現代'라는 세계적인 기업을 성장시키는 원동력과 자양분이었던 현대건설에 대한 정 명예회장의 애착은 절대적일 수 밖에 없다는게 지배적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의 현대건설 사랑은 특별했다"면서"국내 정부사업은 물론 굵직굵직한 해외사업 역시 직접 현지 정상들을 상대로 현대건설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수주를 이끌어 낼 만큼 현대건설만큼은 직접 챙겼다"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의 현대건설 이사 선임의 배경은 과거 모기업 현대건설을 직접 관리했던 부친 정주영 명예회장의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반응도 팽배하다.
정 회장은 부친인 정주영 명예회장의 생전 염원이던 제철사업 진출은 물론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엠코'라는 건설사를 만들면서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되찾기 위해 오랜세월을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심정으로 버텨왔을 만큼 현대건설 인수 의지는 남달랐다.
때문에 정 회장의 현대건설 사내이사 선임은 크게 놀랄일도 아닐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범 현대가'의 장자로써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에 대한 정 회장의 애착은 선친인 정 명예회장을 닮고싶은 장자만의 특권이라는 조심스런 해석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정몽구 회장의 현대건설 사내이사 선임의 배경에는 그동안 현대그룹 주도의 대북사업에 대한 범 현대가 장자인 정 회장의 또 다른 포석도 내재돼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작고한 故 정주영 명예회장은 생전 적극적인 대북사업을 펼쳤고 이를 통해 금강산 사업 등 그동안 단절됐던 남북한 경제협력사업의 물꼬를 트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 사후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주도하는 대북사업은 과거 정 명예회장의 후광 속에도 불구하고 만족할만한 결실을 맺지 못한다는 여론의 평가와 더불어 남북관계 냉각현상이 심화되면서 그동안 트였던 대북사업의 비전이 사실상 추락하고 있다는 평가 때문이다.
현대그룹 한 임원은 "현대건설은 앞으로 정주영 명예회장의 경영방식을 그대로 이어받은 정몽구 회장의 직할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앞으로 경색된 대북사업은 물론 종전보다 더 큰 구상을 통해 해외사업 확장에 역점을 둘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건설 사내이사로 선임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내달 16일 주주총회를 통해 기타비상무이사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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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송협 기자 (back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