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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폐공사 '터' 氣 못받은 저축은행의 몰락

기사등록 : 2012-05-0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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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한기진 기자] 속된 말로 ‘돈 장사’하는 사람에게 최고 명당은? 화폐를 찍어내는 조폐공사가 있던 자리만 한 데가 없다. 청와대도 풍수지리를 따져 터를 썼던 것을 보면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에게 이런 자리에 터를 잡으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절로 들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에 조폐공사가 하나밖에 없으니 이전하지 않으면 그 터가 나올 리 없다. 그런 귀한 곳에 아이러니하게도 퇴출 운명에 처한 한국저축은행의 자회사인 진흥저축은행의 본점이 있다.

사연은 이렇다. 조폐공사는 원래 1951년 10월 임시 수도 부산에 창립됐다가 6.25가 끝나고 휴전협정 조인으로 정부가 서울로 환도함에 따라 1953년 8월에 서울로 본사를 이전한다. 그로부터 3년 뒤 제대로 화폐를 찍어낼 수 있는 장소로 이전하는 데 지금의 한국은행 본점 바로 옆인 서울시 중구 북창동 93-52번지이다. 이곳에 1956년 2월부터 1973년 4월까지 본사가 있었다가 지금은 대전으로 이사했다. 그래서 지금도 ‘한국조폐공사 옛터(사진)’라는 기념비가 있다.

진흥저축은행은 1983년 6월에 이곳으로 본점 사옥을 이전했다. 임대로 들어왔다가 1993년에 매입해 버렸다. 진흥저축은행 관계자는 “조폐공사라는 돈을 찍어내는 곳이라는 의미가 사옥을 매입할 때 고려됐다”라고 말했다.

기대했던 기운(氣運)은 없었다. 터를 산 지 7년 만인 2000년 한국저축은행에 팔렸고 10여년 만에 한국저축은행도 영업정지라는 가혹한 운명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돈의 기운이 넘치는 명당 효과를 ‘크게’ 본 금융회사도 있다. 짧은 역사에도 빅4 금융그룹으로 성장한 신한금융그룹이다. 신한금융 본점이 있는 서울 중구 태평로2가 120번지 대경빌딩의 터는 조선시대 돈을 만든 곳이다. 태평로 2가 120번지 일대는 조선 후기 1883년부터 1904년까지 지금의 조폐공사 격인 전환국의 터였다. 전환국은 조선사회에 근대적 화폐제도를 도입한 기관이다.

신한금융은 본점 빌딩이 더 큰 조흥은행을 인수하면서도 본점 자리로 대경빌딩을 고집했고, 공간이 부족해도 바로 옆에 있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사무실을 임대할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풍수지리는 삼국시대부터 터 잡기에 활용됐을 정도로 우리 역사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종교와 같은 것이다. 아무리 명당도 세월이 흐르다 보면 험한 꼴을 당할 수도 있는 법인데 한국저축은행이 꼭 그런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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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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