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출신 사외이사 최장 9년간 연임 거듭
-경영 견제는 유명무실?..안건마다 '찬성표'
-삼성전기, "인재풀 넓지 않아 전문가 초빙 쉽지 않다"
[뉴스핌=이강혁 장순환 기자]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전기의 사외이사 장기연임 문제가 업계 및 삼성그룹 안팎에서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사외이사 상당수가 정부 고위 관료 출신으로 구성된 데다 과반수는 삼성그룹 계열사에서는 드물게 최장 9년간이나 연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게 입방아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 계열사중 사외이사가 무려 3명이나 3연임하는 사례는 삼성전기가 유일하다.
경영 견제를 위한 사외이사 제도가 대기업과 권력기관의 연결고리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는 현시점에서 삼성전기의 사외이사 구설수는 그룹내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큰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남편, 즉 이 회장의 맏사위인 임우재 부사장이 경영진의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관련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단적으로 무려 9년여를 사외이사로 활동한다면 회사 경영정책 감시 및 견제라는 사외이사 본연의 책무를 당당히 수행할 수 있을까하고 의문이 들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권력기관과 감독기관 출신의 사외이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삼성전기에도 일부 오해의 시선이 있는게 사실"이라면서 "다른 기업과 비교해도 9년간 여러명의 사외이사가 연임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21일 관련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사외이사 5명중 3명이 3번 연속 연임하면서 9년간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기본 임기는 3년이다.
삼성그룹 전반에 걸쳐서도 사외이사 3번 연임은 흔하지 않은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 계열사 중 유독 삼성전기만이 사외이사를 장기간 연임시키고 있어 그 배경에 삼성 내부조차 관심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사외이사의 적격성보다는 회사 자체의 특별한 필요성 이 있어서 이같은 인사정책을 쓰는 것으로 해석들 한다. 삼성전기측은 이에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어서 장기 연임한다"는 식으로 설명할 뿐이다.
삼성전기처럼 3번째 연임을 하는 사외이사는 삼성 다른 계열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연임 중인 사외이사가 단 한 명도 없다. 삼성전자의 경우 사외이사의 임기는 단임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사외이사의 인재풀을 넓게 활용한다.
삼성SDI 역시 장기간 연임을 하던 사외이사를 올해 신규 선임하면서 현재 연임 중인 사외이사는 한명 뿐이다. 여타 주요 계열사에서도 3연임하는 사외이사는 찾기 힘들다.
특히, 삼성전기의 사외이사 보수는 같은 계열사인 삼성SDI의 분기당 1500만원보다 높은 분기당 1700만원의 수당을 받고 있다. 사외이사들이 9년간 이사직을 수행한다면 단순 계산시 6억원이 넘는 수당을 받게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오랜 기간 연임과 높은 수당을 받는 사외이사에게 경영권 견제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단적으로, 삼성전기는 최근 삼성LED를 삼성전자에 매각하면서 '헐값 매각' 논란을 빚었지만 삼성LED 합병 동의 건에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경우는 없었다.
또, 올해 15건의 안건 중에서도 불참 한명을 제외하고 반대표는 단 한명도 없다. 이들 사외이사는 지난해에도 16건의 안건 중 16개 모두에 찬성표를 던졌다.
현재 삼성전기에서 최장 기간 사외이사를 하고 있는 금융당국 고위 공무원 출신인 K모 사외이사는 지난 2004년 부터 9년째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또, 정부부처 출신이면서 금융계 인사인 N 모 사외이사는 역시 2005년 이후 세번째 연임을 이어가고 있다.
모 법무법인의 K 모 변호사도 세번째 연임 중이다. 이 법무법인은 최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삼성가 형제간 상속분쟁에서 이건희 회장 측 법률대리인을 맡아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지난 3월에는 올해 임기가 만료된 정부부처 청장출신인 L모씨를 사외이사로 두번째 연임할때는 그룹 일각에서 사외이사 경력과 기업 고유업무의 연관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 경제분야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사외이사가 오랜기간 한 기업에서 연임을 이어가면 그만큼 해당 기업과는 친밀감이 형성될 수 밖에 없다"면서 "제대로된 내부 견제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기 홍보팀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인재풀이 넓지 않아서 전문가를 초빙하기 쉽지 않다"면서 "특별히 이사회 활동을 하면서 결격사유가 있지 않았고, 참석이 부진하지도 않아 장기연임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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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장순환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