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김찬경 회장의 미래저축은행에 대한 145억원 유상증자 부실 투자의 실무를 챙겼던 김종준 전 하나캐피탈 사장(現 하나은행장)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내부적 관리통제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점과 '상명하복' 형태의 고질적인 구조적 폐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 "캐피탈업계, 50억 넘어가면 큰 딜"
여신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캐피탈 업계에서 50억원이 넘는다면 꽤 큰 딜이라고 말한다"며 "거기에다 100억원 넘어간다면 작지않은 규모의 거래"라고 입을 모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번 유상증자 건도 아래에서부터 단계를 밟아 올라갔을 가능성보다는 윗선에서부터 적극적인 검토 지시가 내려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이를 내용을 시인하는 발언을 내놨다.
그는 지난주 하나고등학교 방문 행사때 당시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이 지난해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왔다면서 “(김찬경이) '도와달라'고 부탁해서 실무진에게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즉 '검토해 보라'는 지시는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김 전 회장이 이른바 '창구'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부실 미래저축銀 64% 지분 인수…'부담'
하나캐피탈은 미래저축은행이 지난해 9월 경영개선기간 중 유상증자에 참여, 145억원을 투입했다. 하나캐피탈은 담보권 행사 등으로 미래저축은행 지분을 64%로 늘리게 됐지만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여서 지분의 실질적인 가치는 없는 상황이다.
또한 이같은 투자와 관련 아파트와 빌딩, 그림 등에 대해 거액의 담보를 잡았으나 이 가운데 현재 90억원 정도만 회수가 가능할 전망이고 나머지는 소송 등의 결과에 따라 회수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김종준 현 하나은행장과의 관련성이 주목된다. 김 행장은 김 전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최측근 가운데 한 사람으로 분류된다.
이번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 투자결정의 최고 실무 책임자였던 김 행장은 지난 2009년부터 하나캐피탈 사장을 거쳐 올해 3월 하나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그의 승진 소식은 금융권에서는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졌고 일각에서는 이른바 '로또'에 맞은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 행장보다 서열이 높은) 위에 분들이 한꺼번에 '싹쓸이'되면서 운이 좋았다는 평가였다"며 "그룹 내에서는 그다지 높은 지위는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세 계단 정도 급하게 뛰어올라갔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구조적 문제…내부통제 시스템 '부실'
결국 이번 사건의 문제점은 윗선에서 "검토해 보라"고 했을 때 아랫사람이 그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였느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권력구조상 이른 바 '상명하복' 형태의 문제점들이 여전히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나캐피탈을 비롯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자산규모는 대형화됐지만 그에 걸맞는 내부적 리스크 관리 및 통제 시스템은 찾아보기 어렵고, 제대로 분석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대부분인 실정이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국내 캐피탈사들의 경영 시스템이 스스로 지속가능하려면 그만큼 전통도 쌓여야한다"며 "그 정도 투자결정이라면 신한캐피탈이나 산은캐피탈에서는 그리 쉽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같은 문제는) 위험 관리 시스템이 잘 받쳐주면 다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캐피탈 업계의 특성상 자체의 펀더멘털한 체계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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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