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배군득 기자] 삼성전자가 권오현 부회장(사진)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원톱 체제를 가동하면서 새로운 경영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권 부회장은 지난 2009년부터 3년간 최지성 부회장이 일궈놓은 삼성전자의 1등 기업 이미지를 물려받았다는 부담감을 안고 출발하는 만큼 그의 리더십이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2000년대 들어 보직된 대표이사 패턴을 보면 세트 전문가 윤종용 부회장, 반도체 전문가 이윤우 부회장, 세트부문 최지성 부회장 등 순환을 거듭했다.
이번 권 부회장의 삼성전자 대표이사 선임도 표면적으로는 이같은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권 부회장 체제가 다시 부품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삼성 안팎에서는 권 부회장 체제에서 삼성전자의 주목할 점 3가지를 꼽았다. 삼성전자가 세트 부문을 앞세워 글로벌 1등 기업으로 거듭난데 대해 ‘First Mover’ 위치를 어떻게 고수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우선 삼성전자 위상을 높인 휴대폰과 TV 등 세트 부문의 성장이다. 이건희 회장이 복귀한 2010년부터 세트 부문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다.
이 기간동안 삼성전자 전체 매출은 2010년 154조6300억원에서 2011년 165조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통신부문은 40조700억원에서 55조5300억원으로 실적에서 톡톡한 효자 노릇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부터 애플과 불거진 특허소송 문제와 유럽발 재정위기 등 악재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윤우 부회장 시절이던 2009년에는 애플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열풍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위기를 초래한 전례가 있다. 이윤우 부회장은 반도체 등 부품에는 일가견이 있었지만 세트부문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흐름을 놓쳤다는 평가도 받았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최고의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권 부회장이 향후 부품 분야를 어떻게 이끌지도 주목할 점이다. 이미 지난 4월 LCD 흡수합병을 거쳤고,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도 올해 안에 흡수할 예정이어서 부품 사업의 시너지가 예상된다.
더구나 이재용 사장이 자동차 IT부품에 상당히 관심을 두고 있어 2차전지, 차량용 반도체 등의 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균형적인 조직관리도 권 부회장 체제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부품 사업 의존도가 높았다. 2010년 스마트폰 갤럭시S가 출시되기 전까지 휴대폰 사업은 노키아와 모토로라에 밀리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휴대폰 등 무선사업 분야가 연말 인사철이 되면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자연스레 승진 발탁도 세트부문이 독차지 했다.
실제로 올해 인사에서도 226명 가운데 34명이 휴대폰 사업 부문에서 승진자를 배출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자연스레 휴대폰 사업부를 위시한 세트부문의 영향력이 커졌다.
세트부문은 최지성 부사장 외에도 CE(Consumer Electronics) 부문 윤부근 사장, IM(IT&Mobile) 신종균 사장의 안정적이고 탄탄한 승계 구조를 탄생시켰다.
반면 부품에서는 권 부회장 이후 눈에 띄는 인사가 없다. 그동안 권 부회장이 DS부문에서 독자적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부품 관련 국내외 행사나 경영 구상도 권 부회장이 도맡아 했다.
이같은 조직 내부의 불균형 요소를 얼만큼 빠른 시간에 정상화를 시킬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무선사업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며 “권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부품 사업에 대한 시너지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세트 부문은 최 부회장이 없더라도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이 안정적인 경영을 할 것”이라고 전제 한 뒤 “그러나 부품은 권 부회장이 당분간 진두지휘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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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배군득 기자 (lob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