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민주통합당 당내 잠룡들이 각자의 '성장담론'을 강조하는 가운데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성장주장=이명박 프레임=무능자인'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당안팎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당 대선주자들의 성장담론이 이명박 대통령의 성장과는 다르기 때문에 '이명박 프레임'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성장에 대한 김 지사의 생각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거나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25일 당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초청 간담회에서 발제를 통해 "야권 후보마저 성장을 말하고 있다. 여야를 불문하고 모든 후보들이 2007년 이명박 정부가 쳐 놓은 프레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성장을 말하면 말할수록 무능함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측 김경수 특보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성장'이라는 표현을 '오해'한 것 같다. 성장 내용을 확인하면 그렇게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성장의 내용이 이명박식 '토건국가'와 전혀 다르고 김 지사가 말하는 복지강화, 남북 간 공동번영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손학규 상임고문측 메시지 담당자는 "'이명박'식 신자유주의 성장을 얘기하는 게 아닌데 다른 후보의 성장 개념을 잘 모르고 얘기한 듯하다"며 "진보도 불안하게 보이지 않으려면 경제를 이끌어갈 능력이 있고 복지를 하면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상임고문측 관계자도 "지금 진보가 말하는 성장은 '양적인 성장'이 아니고 '질적인 성장', '고용을 창출하는 성장'"이라며 "성장을 얘기하면 보수 프레임에 갇힌다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굳히 변명을 한다면 보수진영의 과거 성장담론에 빠져들어서는 안 되다는 것일 수도 있고 여전히 분배에 초점을 두겠다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 지금까지 이들 대선후보들이 말한 성장담론은 기조나 방향에서부터 이명박식 성장담론과 다르다.
문 고문은 '성장과 분배, 환경과 평화가 역동적 선순환'을 이루는 4대 성장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손 고문은 '진보적 성장'을 제시하고 있는데 사회전체의 창의와 혁신에 기초하되 성장 과실이 다양한 경제주체에 고루 돌아가는 지속가능한 성장이다. 정 고문 역시 중소기업과 서민 경제 하부로부터 경제 활력의 원천을 찾는 '분수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전체적인 기조에서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을 지양하고 선순환을 강조하며 '이명박식'의 토건경제와 '낙수경제'에 반대한다. 또 진보도 적극적으로 '성장'에 대해 말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당내 주자가 '성장'을 복지 못지않게 강조하는 것은 중도층을 잡고 수권세력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하지만 김 지사의 발언은 이와 배치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김 지사 역시 당내 다른 대선 주자의 경제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곳곳에서 하고 있다. 김 지사는 '아래에서부터'란 책에서 "정책 기조를 성장과 고용, 중산측 복원에 놓아야 한다"고 밝혔고, 민평론 토론회에서도 "성장담론에 관해 산업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대선후보의 캠프관계자는 "주위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 갸우뚱하고 구체적으로 뭘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더라. 비판을 위한 비판같이 보인다"며 "본인이 외려 성장에 대해 (입장) 정리가 안 돼 있으니까 다른 분들이 말한 데 대해 얘기한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김 지사측 홍보위원은 "당내주자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했다기보다는 성장과 효율만을 강조하는 성장, 불평등과 양극화가 커지는 1960년대 체제의 성장담론에 대한 비판"이라며 "경제문제에 대해선 생각을 정교하게 해서 말씀드릴 기회가 곧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성장담론'을 주장하느냐 여부보다 얼마나 구체적인 민주개혁진영의 성장담론의 실천 방안과 능력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내달 출마선언을 준비중인 김영환 의원은 "성장을 주장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과 전술이 있는가가 중요하다"며 "지금 단계에서 한국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은 절대로 쉬운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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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