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영수 기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처분에 대한 기업들의 소송이 증가하면서 공정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공정위의 패소율이 20%에 육박하면서 승소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공정위의 행정처분은 모두 145건이었으며, 이 중 14건(9.7%)의 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의 의결서가 피심인(기업)에게 전달되는데 일반적으로 한두 달 정도 소요(40일 권고)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적인 소제기율은 10%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 '과징금 최대한 깎자' 일단 소송제기
공정위 행정처분에 대한 소제기율을 보면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6년 4.1%에 불과했던 소제기율은 매년 상승세를 보이다가 2010년에는 12.6%까지 치솟았다(그림 참조).
이어 지난해에도 11.3%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1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단위:%) |
이처럼 기업들의 소송 제기가 늘어나는 이유는 바로 '과징금' 때문이다. 즉 공정위의 심결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보다는 일단 소송을 통해 과징금을 최대한 깎아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실제로 올해도 '라면가격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농심 등 라면 제조사들이 일제히 법적대응에 나섰으며, 노스페이스와 가연결혼정보회사, 치과협회도 소송 의사를 밝히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징금 등 시정조치를 받은 기업들이 소송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면서 "이는 소송을 통해 과징금을 경감하고자 하는 취지로 본다"고 말했다.
즉 소송을 통해 과징금을 깎을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소송비용을 감내하더라도 법적공방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 상반기 '전부패소' 벌써 7건…'패소율 낮춰라' 특명
또한 기업들이 소송이 빈번해진 이유는 공정위가 자처한 측면도 크다. 최근 이슈가 됐던 주요 재판에서 잇따라 패소하면서 소송이 증가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법원의 확정판결 기준 공정위의 패소율이 최근 다시 높아졌다. 올 상반기 대법원이 확정한 판결 37건 중 공정위가 승소한 것은 28건(75.4%)이며, 2건(5.4%)은 일부패소, 7건(18.9%)은 전부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연도별 공정위의 전부패소율은 2008년 8.0% 수준에서 2009년과 2010년 9.6%, 2011년 18.1%까지 높아졌으며, 올해는 20%에 육박하고 있다(도표 참조).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단위:%) |
특히 SK네트웍스가 제기한 51억원 규모의 '과징금 소송'에서 전부패소한 것은 공정위가 '충격'을 받기에 충분한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공정위는 제재의 당위성과 정확성을 보다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심판정에서 공정위원들도 '혹시라도 부당한 점이 없는지, 소송으로 갈 경우 확실히 승소할 수 있는지' 여부를 반드시 짚고 넘어간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의 소송이 많아지면서 보다 명확한 심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위원들도 소송에서 패소 가능성을 꼭 체크한다"고 전했다.
◆ 공정위 승소율 75.6%…12년만에 최고치
공정위가 소송에 대비해 심결의 완벽성을 높이면서 공정위의 승소율도 더욱 높아졌다. 기업들이 소송을 통해 과징금을 일부 깎을 수는 있지만, '전부승소'를 하기는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공정위의 전부승소율은 75.6%로 2000년(78.6%)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도 2011년(62.8%)을 제외하고는 2008년 이후 70%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도표 참조).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원고의 승소율이 높아진 게 사실이지만, 공정위의 승소율도 높아졌다"면서 "이는 공정위의 심결이 그만큼 정확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심결의 완벽성을 추구하면서 과징금 부과를 위축시키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과징금을 무리하게 부과했다가 소송의 빌미를 주게 되고 소송에서 일부 패소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원들이 심판정에서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과징금 규모를 깎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재판에서 과징금이 일부만 감경되고 원고(기업)측의 승소, 즉 공정위가 패소한 것으로 인식된다"면서 "승소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재의 정확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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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