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경은 기자] 세기의 특허전쟁이라 불리는 삼성전자와 애플 소송의 디자인 쟁점을 두고, 국내 법원과 미국 법원이 전혀 다른 평결을 내려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루 앞서 공개된 한국 재판부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인 애플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소송(2011가합63647) 1심에서 삼성전자가 이동통신기기의 형상 관련 568 디자인, 아이콘 배열 123 디자인을 포함해 자사의 6개의 디자인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있는 연방 북부지방법원 루시 고 판사는 24일(현지시각) 갤럭시S를 비롯한 삼성 스마트폰 제품이 애플의 실용 및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고 평결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검은색 전면부와 전면 베젤, 아이콘 디자인 등 최소 3건의 특허를 침해를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을 다룬 미국과 한국 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평결을 내려 결과가 달라진 건지 네티즌들은 갸우뚱하고 있다.
25일 IT 관련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가장 큰 차이는 미국의 배심원제도에 따른 '정서 개입여부'다.
미국에서는 이번 평결에 배심원제를 활용했다. 배심제는 법조인이 아닌 일반 시민이 재판이나 기소과정에 참여해 사실문제를 판단하는 사법제도를 말한다.
이는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미국에서는 민사와 형사소송 및 특허소송에도 최종 특허침해 여부를 결정할 때 자주 활용된다.
배심원은 법원이 위치한 해당 주에서 무작위로 추출돼 구성되며, 이번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에는 사회복지사, 엔지니어 등의 직업을 가진 9명의 배심원이 참가했다. 따라서 배심원들은 IT관련 전문성보다는 국민정서나 스토리 영향을 받기가 쉽다.
삼성전자로써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다. 이와 관련, 미국 IT 전문지 와이어드(Wired)가 산타클라라 법대 브라이언 러브의 말을 인용해 "배심원이 증거보다는 감성과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기도 하다.
실제 국내 법조계에서도 제도의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분석하는 시선이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원정경기를 펼쳐야 하는 삼성전자로써는 방어하기에만 바쁘지, 공격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환경이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와 함께 양측 법원이 다른 평결을 내린 또 다른 이유는 중시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즉, 미국은 디자인 특허를 중시하는 반면 국내는 기술특허를 중시한다. 미국에는 색깔이나 디자인 등 제품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무형요소를 '트레이드 드레스'를 통해 지적재산권의 한 분야로 인정할 정도다. 때문에 국내 법원은 애플의 '삼성전자의 디자인 도용' 주장을 기각하며 무력화했지만, 미국에서는 애플 디자인에 대한 삼성의 침해를 인정한 것이다.
결국 '팔이 안으로 굽었던' 미국의 평결은 국내 재판부와 소송기준 및 절차가 달랐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 안팎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한편, 24일 미국 법원 측 결정에 따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항소가 불가피 할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날 미국 법원은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침해 본안소송을 맡은 배심원단이 삼성이 애플의 특허를 최소 3건 침해했다고 평결, 미 법원은 삼성측이 애플에 10억 5183만 달러, 우리돈으로 1조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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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노경은 기자 (now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