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동산팀장 |
“전체적으로 가격이 바닥이라는 기대심리가 형성돼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부동산 거래의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경제 대통령’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한 세미나에서 내놓은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한 해법이다. 핵심을 찔렀다. 이 진단이 틀렸다고 토를 달 전문가는 한 명도 없을 듯싶다.
박 장관의 진단은 “경제는 곧 심리”라는 말과 같다. 주류 경제학의 전제 조건인 ‘수요자의 합리적 선택’이 아닌 ‘심리와 행동’에 의해 경제활동(거래와 가격)이 결정된다는 행동경제학과 일치한다.
이 진단이 옳다면 누가 왜곡된 수요자들의 심리를 바르게 펴고 거래가 일어나도록 유인할 것인가. 시장, 즉 수요자에게 이 중요한 임무를 맡길 것인가. 아니면 정부가 나서야 할 것인가.
#2. 그린스펀의 선언적 효과
자본주의 경제에서 정부는 시장의 감시자이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거래가 일어나고 가격이 결정되도록 시장을 감시하고 조절하는 기관이 정부다. 시장의 자율이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가장 큰 임무다.
이렇게 해야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 그래야 경제의 국경이 사라지고 있는 경쟁 세계에서 살아남는다. 때문에 왜곡된 수요자의 심리를 바로잡고 거래의 유인을 제공해야 할 책임은 정부에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 대통령으로 꼽히는 앨런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Fed) 전 의장은 이런 역할을 잘하기로 유명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정책을 실제로 펴지 않고도 말로만 수요자와 공급자들의 심리를 좌우했다. 물가를 잡기위해 금리를 올리면 나타나는 경기침체의 부작용을 실제로 겪지 않고도 금리인상 뉘앙스를 풍기는 말 만으로 과열된 수요와 공급을 억제하곤 했다. 정책에 따르기 마련인 부작용없이 정책을 실행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낸 것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선언적 효과’를 십분 활용한 것이다.
#3. 한국의 그린스펀은 누구
우리 정부는 어떨까. 누가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고 유인할까. 부작용없이 정책을 편 것과 같은 효과를 낼 것인가.
애석하게도 우리에겐 그런 그린스펀이 없다. 박재완 기재부 장관이 현 정부가 없애버린 경제부총리라면 그에게 그린스펀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그 역할을 할 능력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기재부 장관, 국토부 장관, 한은 총재, 어느 누구도 경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누가 이 왜곡된 시장을 바로 잡고 시장에 동기를 제공할 것인가. 청와대의 대표 이명박 대통령인가, 김황식 국무총리인가.
#4. 힘이 없거나 무능한 정부
정부는 10일 경기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주택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각각 50% ,100% 줄여주기로 했다. 수요를 진작해 보겠다는 것이다. 꽁꽁 얼어붙은 수요에 불을 지펴보겠다는 의도가 대책의 기저에 깔려 있다.
길 가던 사람을 붙잡고 물어 본다. 이번 대책으로 박재완 장관이 말한 “가격이 바닥이라는 기대심리가 형성될 것인가? 부동산 거래의 물꼬가 트일 것인가?” 전문가들은 물론 부동산에 대해 문외한 인 그도 이렇게 답할 것이다. “돈도 없고 있다고 해도 집값이 떨어질 텐데 어떻게 사요. 무서워서 못 사요.”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되겠냐고. 집값은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나는 이렇게 답한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되겠죠. 그 생각이 대다수 사람과 비슷한 생각이라면 그것을 컨센서스라고 하잖아요."
"경제에서 옭고 그른 것은 없어요. 사람들의 생각대로 가는 거죠. 정부는 지금 컨센서스에 영향을 못 주잖아요. 결국 정부가 힘이 없거나 무능하거나 둘 중 하나겠죠. 그래서 시장은 안갯속에서 해어나지 못하고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