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2차 예비입찰서 접수기한이 오는 27일로 다가온 가운데, 1차 입찰이 유찰된 지 얼마지 않아 바로 2차 예비입찰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 '밀어붙이기식 매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8일 정책금융공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매각과 달리 KAI의 매각을 지금 추진하지 않아도 '직무유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이미 1차 예비입찰을 실시했고, 대한항공이 단독으로 참여해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 예비입찰을 추진하는 이유는 주주협의회에서 논의해서 그렇게 결론이 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2차 예비입찰 추진을 두고 매각을 반대하는 KAI의 노조측에서는 1차때와 마찬가지로 2차에도 대한항공만 참가할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서둘러 공고를 내는 것은 특정재벌에 특혜를 주기 위한 초조한 모습의 반증이라 주장하고 있다.
노조측은 성명서에서 '대한항공이 정책금융공사 사장을 KAI 사장으로 내정해 주겠다는 소문이 있고 KAI 매각에 무리하게 속도를 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밀어붙이기식 매각에는 이같은 배경이 있을 개연성까지 부각시키고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서 정책금융공사의 관계자는 "공사 사장이 현재나 과거에 지분을 보유했던 기업의 사장으로 가는 것은 현행 법령에서 금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체적인 근거를 찾기 힘든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1차 입찰의 무산에도 불구하고 매각구조에 대한 재검토도 없이 바로 2차 입찰을 실시하는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는 전문가 시각도 있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는 "KAI는 지속해야 할 R&D투자 규모가 상당해 단순히 인수하는 대금만이 문제가 되는 딜은 아니다"라며 "지배지분을 매입하는 자금 뿐만 아니라 R&D투자까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매각할 때 증자를 동반하는 구조가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KAI가 우리나라의 항공우주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처음부터 단추를 잘 채우는 것이 좋은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한편, 최근 유럽의 항공업계의 합병 등으로 세계의 항공업계가 재편되는 모습을 모이는 가운데 대한항공은 이번 2차 예비입찰에도 참가할 태세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 기자회견에서 "대한항공도 비행기 설계와 제작에 대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KAI와 합치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며 "급변하고 있는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매각대상 KAI 지분은 정책금융공사가 보유한 지분 26.4% 가운데 11.41%와 삼성테크윈(10%), 현대자동차(10%), 두산그룹(5%), 오딘홀딩스(5%), 산업은행(0.34%)의 지분을 합친 41.75%다.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