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企 기업생태계 동반자 대우해야▲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 대기업 의식·행태 획기적 전환해라
-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최후통첩'
[뉴스핌=최영수 기자] 최근 대기업의 불공정한 하도급거래가 여전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보다 강도 높은 대책을 들고 나와 주목된다.
특히 최근 지역별 중소기업 간담회를 통해 하도급 거래의 실상을 소상하게 파악한 김동수 공정위원장의 생각이 크게 달라진 것으로 관측돼 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18일 오전 조선, 자동차, 전자, 건설, SW 등 하도급 관련업계 대표 15명을 공정위로 대회의실로 불러 간담회를 가졌다.
◆ 왜 '홈그라운드' 공정위로 불렀나
이 자리에는 김재권 삼성전자 사장과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김외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김한수 현대건설 부사장, 박주원 삼성중공업 부사장, 이웅범 LG이노텍 대표이사, 박창규 롯데건설 대표이사, 조기행 SK건설 대표이사 등 하도급 거래가 많은 15개사 대표가 참석했다.
공정위가 기업체와 간담회를 시내 호텔이 아닌 공정위로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체 대표들로서는 그만큼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 분위기는 시내 호텔에서의 만남과 달리 훨씬 무겁고 긴장감이 높았다. 기념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긴장감은 쉽게 풀리지 않았고, 손을 엇갈려 잡으면서도 편치 않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날 한 참석자는 "간담회에 참석하는 데 불편함은 없었지만, 호텔에서 만나는 것과는 분위기가 좀 다른 것 같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기업체 대표들의 일정을 배려해 식사시간을 피한 것 아니겠냐는 인식도 있다. 하지만 식사를 피하더라도 공정위로 불러 들인 것은 남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사전에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의도와 달리 기업체 입장에서는 더 긴장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공정위가 사전에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공정위가 원하는 최적의 분위기가 조성된 셈이다.
◆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최후통첩
이날 김 위원장도 여느 때보다 강한 어조로 공정위의 정책방향을 전하며 대기업의 '의식전환'을 주문했다. 특히 대기업들의 부당한 하도급거래의 구체적인 행태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동반성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최근 5회에 걸쳐 지역별 진행된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수렴된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 및 건의사항을 직접 전달하며 하도급 거래의 실태를 지적했다.
특히 그동안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김 위원장이 직접 제도 도입을 언급한 것은 관련업계에 큰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부당한 단가인하와 구두발주에 적극 대처하고자 제도개선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면서 "단가 후려치기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기업들이 동반성장의 취지를 외면하고 부당한 하도급거래 행태를 버리지 않는다면, 정부도 보다 강도 높은 제재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일종의 '최후통첩'으로 해석된다.
주무부서인 공정위 기업협력국 관계자는 "하도급법 위반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 합의할 경우 연내 개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간담회 계기로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가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정책 변화는 정권이 바뀔 경우 더욱 강화될 전망이어서 대기업들이 얼마나 따라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핌]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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