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우리나라가 일본과의 통화스왑 계약을 예정대로 이달 말 종료하기로 한 가운데 동아시아 지역에서 금융협력을 둘러싼 한중일 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긴장감을 더해가고 있다.
지난 9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일본은행 및 일본 재무성과의 협의를 거쳐, 한일 양국 간 통화스왑 계약규모를 일시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조치를 만기일인 이 달 말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7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왑 규모가 다음달부터 130억 달러로 줄어들게 된다.
기획재정부 최종구 국제경제관리관은 "이번 결정은 우리나라의 거시경제 여건이 매우 견고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순수한 경제적 원칙에서 접근했다"며 정치적 의미 부여를 경계했지만 최근 독도 문제를 둘러싼 양국간 감정 악화가 하나의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상당하다.
한편 한일 통화스왑의 종료 발표 이전, 한은 김중수 총재는 중국 측에 한중 통화스왑의 상설화를 제안한 바 있다.
지난달 27일 한은 북경사무소가 개최한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국제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그는 "양국 간 통합이 더욱 진전될 것임을 고려할 때 시스템 위험의 억제를 위해 한중 통합스왑의 상설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 측은 이 연설이 공식적인 제안은 아니었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시키고 있지만 중앙은행 총재가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것이어서 무심코 흘릴 제안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한은의 요청에 대해 아직까지 중국 측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특유의 느릿한 의사결정을 고려할 필요는 있지만 의례적인 수준의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다소 불안 요소다.
중국은 9월말 현재 3조24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고 있어 외환리스크 강화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
또 정작 김 총재가 한중 통화스왑 상설화를 제안한 한은 행사에 중국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가 느닷없이 불참 통보를 해올 만큼 중국과의 관계도 녹록치만은 않다.
변수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관계다.
10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는 12~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제 67차 IMF/세계은행그룹 합동 연차총회'에도 중국 저우 총재는 불참할 전망이다.
IMF 대변인은 "저우 총재가 스케줄 상의 문제로 IMF 총회에 불참할 수 있다고 통보받았다"며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가 대신 참석해 오는 14일로 예정된 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이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국유화 조치의 반발차원으로 장관급이 아닌 차관급을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이 일찌감치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중국과의 영토분쟁 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모색 중인 만큼 상황을 낙관할 수만 없다.
한편, 한중일 관계를 떠나 중국이 적극적으로 김 총재의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지만수 박사는 "김중수 총재의 한중 통화스왑의 상설화는 중국 쪽에서 보면 충분히 검토할 만한 제안"이라며 "이번 제안은 스왑계약 체결에 국한되지 않고 실제 무역거래에 양국의 화폐를 활용하자는 측면에서 볼 때 획기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중일 관계를 떠나, 위안화를 국제화 지위로 절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 온 중국 입장에서는 주변국가와의 통화스왑 확대를 자국통화 국제화의 주요 경로로 사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에 따라 오는 12~14일 도쿄를 방문하는 김중수 총재가 일본은행 시라카와 총재, 중국인민은행 이강 부총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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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