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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에 위협받는 통화정책 독립성, 해법은?

기사등록 : 2012-10-1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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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준금리 인하에도 환율 폭락 ‘속수무책’

[뉴스핌=김선엽 기자]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위협받고 있다. 청와대나 시장의 압박이 아니다. 주요국의 '팽창적 통화정책'이 문제다. 

미국과 유럽이 양적완화를 실시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7일 1105.5원을 기록하며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틀 연달아 연중 최저치도 경신했다.

지난 7월에 이어 10월까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속수무책이다. 이에 따라 한은의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환규제 3종세트'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외환규제 3종 세트란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외화자금의 유출입 문턱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선물환포지션 제도, 외국인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부담금제도를 말한다.

정부와 한은은 2010년부터 시행된 이 정책으로 외환유출입의 변동성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고 평가해 왔다.

글로벌 주요국의 팽창적인 통화정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통화정책의 대외적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의 자본유입을 어떻게든 차단할 필요가 있다. 한은 측도 외환규제 강화 가능성을 애써 부인하지 않는 모습이다.

◆ 몰려오는 글로벌 유동성…임승태 위원 “매크로 틀 운영 어렵다”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우리와 같은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은 불가피하다. 게다가 주요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것도 원화 강세 요인이다.

뉴스핌이 지난 17일 실시한 환율예측 컨센서스에 따르면 주요 경제·외환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강력한 지지선인 1100원을 깨고 내려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연말께는 1080원까지도 추가 하락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대내외 금리차를 줄여야 하는데 마냥 선진국을 따라 인플레이션을 무릅쓰고 기준금리를 낮출 수도 없다. 통화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달 14일 한은 인천 연수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선진국이 유동성을 풀면 신흥경제국 입장에서는 과잉유동성(spill over)의 부정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임승태 금통위원 역시 같은 달 20일 한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ECB(유럽중앙은행)에서 냈던 OMT(무제한 국채매입 프로그램)라든지 아니면 QE3 등은 우리 경제의 매크로 틀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과제”라며 “양적완화적 성격을 띠고 있는 조치들이 선진국으로부터 나옴에 따라 상당히 어려운 과제들이 우리 앞에 있다”고 역설했다.

게다가 호주중앙은행(RBA)이 공개한 10월 의사록에 따르면 호주는 10월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에 따라 환율전쟁이 본격화될 경우 한은이 새로운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트릴레마 상황”, “자본유출입 규제 강화 검토해야”

문제는 현재의 트릴레마(trilemma) 상황에서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다.

트릴레마란 한 나라가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고정환율 및 통화정책의 자율성을 모두 가질 수 없다는 이론으로 우리처럼 자본시장이 개방된 상태에서 환율 수준을 유지하려고 하면 금리를 자유롭게 조정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환율 제어를 포기하거나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어느 정도 제어할 필요가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의 경우 최근 국가신용등급이 상승하는 등 다른 신흥국에 비해 해외자본이 들어오는 것을 유인할 만한 변화요인들이 있어 여전히 양적완화에 따른 통화가치 상승에 대해 유의할 필요는 있다”면서 “필요시 선물환 포지션 한도 제한 등 자본유출입 규제정책 강화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현재 트릴레마 상황”이라며 “자본이 물밀듯이 들어와서 환율에 부담이 되고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면 거시건전성 정책을 쓸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실제로 QE2 실시 직후, 과도한 글로벌 유동성으로 인한 환율 하락 우려 속에 열렸던 2010년 11월 금통위는 외환규제 도입 가능성을 확인하고는 기준금리를 올렸다.

당시 G20 회의는 선언문을 통해, 신흥국에 대해 외환규제 도입을 허용했다. 환율변동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된 후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 김중수 총재 “QE에 따라 자본 유입 확인돼야 가능”

문제는 외부의 눈치다. OECD가 우리나라의 외환규제 3종세트에 대해서 조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만큼 자본이동에 대한 제한은 부담이 있다.

김중수 총재도 지난달 21일 한은 인천 인재개발원에서 가진 증축공사 기공식에서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올릴 여지가 있지만 QE에 따라 자본이 유입됐다는 것이 확인돼야 가능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확인했다.

하지만 연내 환율이 최저점을 경신하는 등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한은과 정부의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한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당연히 환율하락이 신경이 쓰일 텐데 통화정책은 워낙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므로 외환문제만 보고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따라서 외환 부분은 그 부분으로 대응하는 것이 맞고 이미 (외환규제의) 틀이 갖춰져 있으므로 (틀의) 강화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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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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