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최근 적격대출 등 모기지론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있어 면밀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지난 19일 한국은행 금융협의회에 모인 우리, 신한, NH농협, IBK기업, SC, 한국씨티은행 등 6개 은행장은 이상한(?) 가계대출 증가세를 우려했다. 최근 가계대출이 한동안 정체를 보이다가 오히려 줄었는데도 이들은 ‘증가’라는 말을 하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한은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458조5000억원으로 전달보다 8000억원 줄었다. 주택담보대출도 전달보다 2조2000억원 늘어난 311조5000억원이었지만 8월 증가 폭인 2조9000억원보다 증가규모가 축소됐다.
그럼에도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은행의 가계대출이 실제로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하반기 초장기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인 ‘유동화 적합 장기고정금리 대출(적격대출)’ 목표를 5조원 규모로 늘리려다 노조의 반대로 3조원으로 축소했다. 지난 5년간 누적 규모와 맞먹는 수준으로 과도한 영업 목표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시중은행들도 적격대출 목표를 크게 늘려 은행권 전체로 10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금융당국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오는 2016년 말까지 30%로 높이라는 권고가 작용한 결과다.
적격대출은 유동화에 적합하도록 정해진 조건에 맞춰 설계된 장기 고정금리 대출이다. 은행이 상품명이나 금리를 자율적으로 결정해 판매하면 주택금융공사가 대출채권을 사들여 주택저당증권(MBS) 등의 형태로 유동화한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적격대출은 은행의 대차대조표상 대출채권에서 빠져, 실제로는 감소하는 착시효과가 나타난다.
실제로 보금자리론과 같은 모기지론 양도 등 적격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7월 2조1000억원, 8월 2조9000억원, 9월 2조2000억원씩 늘어나는 등 2조원 이상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1~9월 주택담보대출 누적 증가분 16조1000억원 가운데 모기지론 양도 등 적격대출을 제외한 규모는 5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주택담보대출 중 34%만 은행이 직접 대출해준 셈이다.
지난해는 전체 주택담보 증가분 28조8000억원 중 적격대출 등을 제외한 규모가 21조4000억원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상황이 역전됐다.
올해 주택담보대출 수요는 큰 차이가 없는데 은행들이 주금공 상품으로 대거 유도했다는 증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적격대출 중심으로 주택대출이 늘어나면서 이자이익은 반비례하겠지만 은행의 자산 증가세는 둔화하는 것처럼 보이고 가계부실 위험은 줄어들게 된다”면서 “위험관리 측면에서 가계부채 위험을 피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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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