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글로벌 수위권 기업인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취임 1년 여만에 가장 큰 규모의 경영진 교체를 단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가장 신뢰했던 모바일 소프트웨어 부문 대표와 입사한 지 9개월도 안된 소매영업 부문 대표 두 사람이 각각 현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사진제공=뉴시스> |
◆ 애플 경영진 퇴출, 예상된 결과
애플은 29일(현지시각) 성명서를 통해 스콧 포스탈 모바일 소프트웨어 부문 대표와 존 브로윗 판매영업담당 대표가 각각 회사를 떠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두 사람은 사실상 애플의 사업에서 매출과 수익창출에 가장 큰 실무적 의사결정을 책임져 온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최근 쿡 CEO를 비롯한 애플 경영진이 맞닥뜨리고 있는 혼란 상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애플은 두 사람의 사임 이유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애플에서의 두 사람의 퇴출은 예정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애플 내부에서는 뭔가 심상찮은 조짐이 잠재되어 있음을 보여왔으나 구체적으로 수면으로 드러나지는 않아왔다.
◆ 애플, 실적·품질·고객신뢰 '위기'
이번 쿡 CEO의 갑작스런 경영진 교체의 주된 이유는 최근 애플의 실적이 시장의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등 매출과 수익성에 대한 불만 표출로 볼 수 있다.
특히 모바일 개발의 총괄 책임을 맡아온 포스탈의 경우 최근 애플의 최신 운영체제인 iOS6에서의 애플 맵(지도) 소동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지목됐다.
이 때문에 애플이 내놓는 주요 제품들의 초기 판매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지적은 당연해 보인다.
아이폰 사용자들이 최신 iOS에 탑재된 새로운 맵스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큰 불만을 나타내자 지난달 쿡 CEO는 공개적으로 사과한 바 있다.
당시 포스탈은 자신이 맡은 책임에 대해 사과를 거부했다는 얘기가 떠돌기도 했다. 또한 포스탈은 애초에 애플맵 개발 책임을 떠맡기를 꺼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 더 이상 과거의 애플은 없다
이번 애플맵이 보여준 소동은 애플이 더 이상 과거의 애플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애플의 창업자 잡스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애플은 거대하지만 마치 '스타트업(초기창업)' 회사처럼 조직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모든 부문의 책임자가 나와 수시로 만나서 자신이 맡은 부문을 이야기한다"면서 "그 사람이 책임을 지는 부문에서 과업을 달성할 것이라고 항상 신뢰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은 다시 말해 애플과 같이 거대한 조직의 각 부문이 마치 창업회사처럼 모든 부문이 상호유기적으로 연관돼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 상에서 나타나는 무수한 문제들을 잡스는 어떤 방식으로든 카리스마적으로 해결했지만 쿡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플 맵에서 드러난 진실처럼, 애플도 얼마든지 실패한 기업들이 흔히 범하는 조직적인 실수를 범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포스탈은 고인이 된 잡스가 가장 아끼는 카드로 불렸던 유능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쿡의 의사결정 방식과는 맞지 않았다.
이 때문에 15년 동안이나 몸담았던 애플을 등지게 됐다는 점은 애플의 기업정신을 아끼는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 영입 9개월만의 전격 경질 '파문'
또한 포스탈과 함께 물러난 브로윗의 경우도 판매영업담당이 된 지 불과 9개월만에 회사를 떠나게 됐다.
브로윗의 경우 지난 4월 애플에 영입된 이후 줄곧 영업망을 줄이고 개보수를 미루는 작업들을 단행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영업직원들을 줄이는 등 비용절감 활동을 주로 해오면서 내부 조직적으로도 보이지 않는 마찰을 빚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의 판매영업부문이 애플의 영업이익에 기여하는 부분은 지난 5년간 22%에 달했으나 현재는 10%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는 한마디로 문책성 인사로 볼 수 있다. 브로윗이 떠난 자리는 새로운 적임자를 선정할 때까지 팀 쿡 CEO가 직접 총괄하게 된다는 점도 이같은 점을 뒷받침한다.
애플은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삼성전자에 크게 뒤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세계적으로 총 1억6200만대의 스마트폰이 팔린 가운데 삼성전자 제품이 5690만대(35.1%), 애플 제품은 2690만대(16.7%)가 팔려 두 배가 넘는 차이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 쿡 CEO, 경영 실패 자임한 셈
브로윗은 또한 쿡 CEO가 잡스 휘하에서 10년 가까이 애플의 판매영업부문을 책임져왔던 론 존슨을 내보내고 직접 영입한 사람이다.
이같은 점에서 쿡은 자신의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후임자를 선정하지 않고 담당자를 내보낸다는 것은 경영 및 판매영업 상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럼에도 쿡는 이같은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마지막 극약처방이라 할 수 있는 경영진 교체 방식을 택했다.
애플은 올해 연말 쇼핑 대목을 앞둔 상황에서 조직을 정비하고 심화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부문의 경쟁자들에 맞서야 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비교적 무풍지대를 순항해왔던 쿡 CEO에게 연말 연초 쇼핑시즌이 몰려있는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는 사활을 건 도전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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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