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홍군 기자]현대ㆍ기아차가 북미 시장에서 판매중인 일부 차량의 실제 연비가 과장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구매자들에게 수백억원을 배상할 위기에 처했다. 또한 이번 연비사태는 북미시장에서 승승장구해 온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의해 연비가 과장된 것으로 밝혀진 현대ㆍ기아차 차량은 2011~2013년형 모델 20종 중 13종이다.
현대차는 싼타페, 엘란트라(아반떼), 제네시스 등 6종이며, 기아차는 리오, 소렌토, 소울, 스포티지 등 7종이다. 다만, 현대ㆍ기아차 베스트셀러 모델인 쏘나타와 K5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지난 2010년 말 이후 판매한 90만대의 차량의 연비가 과장됐다고 밝혔다. 앞서 EPA는 현대ㆍ기아차의 연비가 과장됐다는 10여 건의 소비자 불만이 접수되자 조사에 착수했다.
EPA의 발표 직후 현대기아차는 즉각 소비자들에게 사과하고, 보상방침을 밝혔다. 현대ㆍ기아차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양웅철 부회장은 성명을 통해 "영향을 받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모든 소비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모든 실수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다만, 현대기아차 측은 연비 오류에 대해 “의도된 것은 전혀 아니며, 미국 연비 시험 절차상의 규정 해석과 시험 환경ㆍ방법 차이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ㆍ기아차는 해당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거주지역의 연료 가격 등을 기준으로 운행거래당 손실비용을 직불카드를 통해 보상할 계획이다. 이번 보상에는 부정확한 연비 표시에 따른 소비자 불편(연비 보상액의 15%)도 추가된다.
현대ㆍ기아차는 차종과 주행거리 등을 세밀히 따져 보상할 방침으로, 문제가 된 차들의 평균 주행거리가 2만 4000km 정도라고 가정할 경우, 전체 보상액 규모는 7900만 달러(한화 860억원) 가량이 될 전망이다.
또한 문제가 된 차량의 인증연비도 하향 조정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12년과 2013년형 대부분 모델의 연비(마일/갤런)를 낮추게 될 전망으로, 2012년 모델 기준 갤런당 27마일에서 26마일로 수정될 것이라는 분석했다.
현대기아차가 과장된 연비 문제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후속조치를 서두르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브랜드 이미지 추락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사태가 현대기아차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와 올해 미국시장에서 2년 연속 10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입을 경우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우려가 있다.
미국 정부의 제재와 소비자 집단소송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지속적인 품질경영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왔는데, 이번 사태로 '품질과 가격을 모두 만족시키는 차'라는 이미지에 손상을 입게됐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