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웅진사태 이후 해외소재 하이일드펀드(고수익을 위해 등급이 낮은 증권에 투자하는 펀드) 들이 국내 투자기회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발행시장에서'A-'등급 이하 회사채 인수물량이 누적되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처분하고 싶어도 받아줄 투자자가 없는 절박한 상황을 해외투자자들이 감지했기 때문이다.
6일 회사채 시장에 따르면, 일부 외국 금융기관들이 하이일드펀드 설정을 앞두고 국내 증권사들이 보유한 낮은 신용등급 회사채에 대한 매입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국내 회사채를 대상으로 한 하이일드펀드 설정 검토는 지난 9월말 웅진사태 이후 웅진그룹의 회사채 물량이 매각되지 않은채 인수증권사들에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투자자들은 보유한 물량을 받아줄 만한 투기성 투자자를 찾을 수 없어 손도 못대는 국내 사정을 간파한 것이다.
싱가포르 소재 한 유럽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하이일드펀드 조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낮은 신용등급의 회사채를 많이 보유한 증권사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웅진그룹 회사채 물량을 털어내려고 여러번 시도하지만 거래가 되지 않아 벌처(벌처는 썩은 고기를 먹는 독수리 이름으로, 고수익을 위해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자)펀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국내 펀드매니저의 말을 소개한 기사를 읽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는 가운데 회사채 발행과정에서 증권사가 인수하는 회사채 물량은 점점 쌓여만 가는 상황은 외국 하이일드펀드의 국내 진출 가능성을 높인다.
국내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그간 금리 메리트로 리테일로 소화가능하던 회사채도 웅진사태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꺼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현재 이런식으로 누적된 회사채 물량은 4조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라고 말했다.
실제 웅진사태가 터진 직전부터 10월말까지 약 1개월간 발행된 웅진홀딩스 등급 'A-' 와 같거나 그 아래 신용등급의 회사채 물량은 총 6900억원이고 이중 증권사가 인수한 물량은 5950억원어치나 된다.
여기에는 한라건설(A-)과 두산건설(BBB+)이 각각 1000억원 전량, 이랜드월드(BBB+)와 현대로지스틱스(BBB+)가 각각 1000억원과 400억원 전량, STX 중공업(BBB+)의 발행물량 700억원 중 300억원 등이 포함됐다.
외국 하이일드펀드의 움직임 뒤에는 향후 기업 부실 위험이 더 높아질수록 증권사들도 처분하지 못한 낮은 등급의 회사채 보유물량을 낮은 가격에 매각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시장논리가 있는 것이다.
이런 가능성은 한 경제연구원의 분석으로도 지지된다.
지난 16일 LG경제연구원도 이러한 가능성 ‘경기부진으로 기업 부실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제위기의 충격이 기업 실적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지급불능에 빠지는 기업들이 상당기간 계속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LG연구원에 따르면 비금융 상장기업 623개 중 올 상반기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하인 기업이 전체의 26.4%를 차지한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보다 적다는 것은 기업이 영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금융비용(이자)을 내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부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상장기업 4개 중 1곳이 부실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