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 모 은행의 원/달러 스팟 딜러는 과거 서울외환시장에서 일일 평균 20억 달러 정도 거래를 했지만 최근 들어 거래를 대폭 줄였다. 최근 장세에서 사고팔고(달러 매수·매도)의 거래를 반복해봤자 수수료도 못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이 딜러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외환당국과 수출업체가 주도권을 쥐고 타이트한 장세가 지속되자 시장 전체적으로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다. 손익분기점이 거래 건당 수수료인데 거래량을 늘리면 늘릴수록 손해가 날 수 있는 구조에서 딜러들이 스펙거래(Speculative Trading, 방향성 거래)를 할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최근 외환당국과 수출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딜러들이 끼어들 틈이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16일 서울외환시장 및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11월 들어 원/달러 환율은 하루 거래량이 50억 달러를 넘지 않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다.
일일 거래량은 2일 33억6600만 달러, 5일 40억3400만 달러, 12일 49억3900만 달러, 14일 49억7000만 달러, 15일 48억1100만 달러로 11월 들어 11거래일 중 5거래일이 50억 달러를 밑돌고 있다. 나머지 거래일의 거래량도 50억~6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A은행의 딜러는 "최근처럼 하루 거래량이 50억 달러를 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라며 "그만큼 딜러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해 매매를 하기 보다는 수출업체 물량만 소화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통상 딜러들이 (달러)매수와 매도를 하면서 지불하는 건당 수수료는 0.6전 정도다. 즉 딜러들은 사는 환율과 파는 환율이 일정 수준 마진(0.6전 이상)이 벌어져야 수익을 낼 수 있다. 딜러들은 10전, 20전 수익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사고팔고를 반복하는데 최근 타이트한 레인지에서는 이 마저도 쉽지가 않다.
수수료 이상의 매수 매도 평균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오히려 역전현상도 발생한다.
B은행의 딜러는 "타이트한 장에서 거래량을 늘릴수록 매수와 매도 평균가는 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적절한 수준의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에서 거래를 늘릴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을 깨고 내려가자 외환당국과 수출업체가 줄다리기를 하면서 변동폭은 상당 부분 축소됐고 이는 거래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좁은 박스권에서 방향성도 줄어들다보니 기관들의 포지션 구축 또한 지극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실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대폭 축소되면서 하루 평균 변동폭(고가-저가)은 1~3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11월 들어 하루 변동폭이 3원을 넘어서는 거래일은 4거래일에 불과하다.
삼성선물의 전승지 연구원은 "수출업체 물량의 영향력이 커지고 방향성과 변동성이 줄면서 거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기관들이 한 포지션을 크게 가져가기도 어렵고 실수급 위주로 장이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C은행의 딜러는 "수출업체 네고물량만 소화하면 기본 마진은 떨어진다"면서 "딜러들이 시장 거래를 통한 수익창출보다 물량만 소화하는 상황"이라고 시장 상황을 전했다.
D은행의 딜러는 "시장에서 당국과 수출업체간 싸움이 이어지면서 딜러들이 끼여들 틈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