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6일 단일화 방식 협상 중단 사태와 관련, 문 후보를 향해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된 당 혁신 과제 실천' 카드를 내밀고 나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체적으로 요구하는 혁신카드의 영역도 그렇다.
안 후보는 단일화 협상이 중단된 지 사흘째인 이날 공평동 선거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 후보를 향해 "국민들이 요구하고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당 혁신 과제를 즉각 실천에 옮겨달라"고 밝혔다.
또한 "문 후보가 낡은 사고와 행태를 끊어내고 인식의 대 전환을 이끌어 달라"면서 "문 후보가 확고한 당 혁신에 대한 실천 의지를 보여주면 바로 만나 새로운 정치의 실현과 얼마 남지 않은 단일화 과정을 마무리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안 후보가 전격적으로 '민주당 혁신 과제 촉구' 카드를 제시한 데는 우선 안 후보측의 주장대로 현재 상황과 같이 '새정치'가 실천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성공의 단일화'는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안철수 양보론' 제기와 '과도한 정당 조직 동원' 등 문 후보측의 '신뢰 훼손' 행위가 단절되지 않는다면, 양 후보 지지층의 온전한 결합이 이뤄지지 않아 박근혜 후보와의 박빙의 승부에서 이길 수 없다는 우려로 이해된다.
안 후보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 열망과 새로운 정치 기대를 잘 알고 있지만, 이대로 가면 안 된다", "국민은 하나되는 단일화를 원한다", "4.11총선의 패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데에서 이러한 그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그가 이날 "국민들은 저를 통해 쇄신의 열망을 표현해줬다. 저는 먼저 정치개혁은 선거 과정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자신의 출마 선언문을 새삼 다시 읽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안 후보측의 단일화 협상 중단에 대한 '정치공학적' 해석이 있는 상황에서 '협상 중단 선언'에 대한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안 후보측의 협상 중단 선언 이후 일각에서는 안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 정체 상황 타개 카드, 단일화 협상 지연을 통한 유리한 단일화 방식 획득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협상 재개의 조건이었던 '가시적인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일반적인 정치 혁신 차원이 아니라 "국민들이 요구하고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당 혁신 과제"라고 지목했다는 점이다. 방점은 '민주당 내부'와 '당 혁신 과제'에 찍혀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당 혁신 과제로는 문 후보측 미래캠프 내 '새로운 정치위원회(새정치위원회)의 혁신 과제가 대표적이다. 두 후보측의 '새정치공동선언'에 대한 문 후보측의 기본 정당·정치 쇄신안을 제기했던 곳이 새정치위원회다.
눈여겨볼 것은 새정치위원회에서 지난 1일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 총사퇴'를 발표하려다 미룬 적이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안 후보측에서는 사실상 정치쇄신과 당 쇄신에서 '이·박' 퇴진의 필요성을 시사하려는 데 이날 기자회견의 핵심이 담겨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안 후보측 박선숙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 혁신은) 누군가 외부로부터 얘기할 것이 아니고 스스로 할 때 의미있는 것 아닌가"라면서도 "새정치위원회'에서 발표하려다가 보류된 사항을 다 이행해달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느냐"는 확인에 "그런 내용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일각에서는 직접적으로 '친노(노무현) 인사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온다. 안 후보가 '지난 총선 패배'를 다시 언급한 데다 단일화 협상 중단 선언 때 문 후보측의 '신뢰 훼손' 조치에 안 후보측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에 대한 '인식공격'을 했다고 지목당한 백원우 전 의원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4.11 총선 패배는 '친노 계파 공천' 탓이라는 시각이 존재하고 백 전 의원은 대표적인 '친노 인사'다.
다만, 박 본부장은 민주당 내에서 제기되는 혁신과제에 원내 지도부 퇴진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안 맞는 게 아니냐"고 말을 아꼈다.
전날 문 후보가 두 차례에 걸쳐 직접적인 '사과'를 표명, 안 후보측에 단일화 중단 사태와 관련해 '공'을 넘긴 데 대해 안 후보측이 대응을 해야 할 필요성도 있는 시기였다.
단일화 협상에서 문 후보가 직접 '사과'를 한 것은 최고수준의 조치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안 후보(측)도 대응해야 할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안 후보는 전날 문 후보의 '사과'에 대해 입장 표명을 유보한 채 단일화 중단 사태와 관련해 자신의 심정만을 밝혔다. 그는 이어진 안 후보의 현장 방문에서도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아직 못 들었다", "지금 제가 계속 일정이 있어 어떤 말했는지 정확히 못들었다"고만 했다.
복합적으로는 단일화를 포기할 수 없는 안 후보가 이러한 효과 등을 노리면서 단일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는 해석도 뒤따른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