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기자] 증권사들이 매각되지 않아 떠안은 회사채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채권 금리가 슬금슬금 오르는 데다 연말이 가까워지며 기관투자자들이 북클로징(장부마감)에 들어가자 손실을 감수하고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과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9월말 웅진그룹 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건설업종과 A등급 이하 회사채에 대한 투자 기피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 결과에서도 미매각 물량이 늘고 있다. 지난달과 이달 실시된 수요 예측에서 15건이나 미매각이 발생했다.
황원하 HMC투자증권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최근에는 제시 금리밴드가 민평금리 이상인 경우에도 미매각 불량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사들이 떠안은 미매각 회사채 규모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다.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회사채 인수 부문에서 상위원에 있는 증권사들은 1000억원 이상을 물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최근 시장금리에 비해 10bp 이상 높은 금리로 나오는 회사채 매물은 대부분 미매각 물량이라는 게 업계의 인식"이라고 전했다.
올해 회사채 수요예측이 의무화되면서 증권사들은 상반기에도 미매각 회사채로 어려움을 겪었다. 주관사 경쟁을 벌이는 증권사들이 기업들이 제시한 초저금리 수준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장금리가 하락하자 증권사들은 미매각 회사채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이익이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상황은 이와 다르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희박하고, 시장금리가 추가적인 강세로 돌아서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매각 회사채가 대부분 건설업종, A등급 이하라는 점, 연말이 다가오면서 북클로징에 나서는 기관들이 늘어나는 점 등도 매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국고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 스프레드 추이 |
황원하 애널리스트는 "내부 보유제한 규정 때문에 증권사에서 투매하는 미매각 물량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거래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일부 투매성 거래가 전체 민평금리 평가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이후 실시된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한 회사채 중 건설업종이나 A등급 이하는 대림산업(4000억원), 한솔제지(1000억원), 삼화페인트공업(200억원), 현대건설(2000억원), STX중공업(700억원), 동부팜한농(600억원) 등이다.
[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