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세계 경제는 내년에도 부진한 양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미국 경제는 '재정절벽' 문제를 풀지 못하면 반드시 경기 침체로 다시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2013년 전망에서 침체 위험요인이 '재정절벽'만 위험요인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통제불가능해 보이는 위험요소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미국 재정절벽 외에도 선진국 국가 부채 위기가 더 확산되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그 핵심은 바로 일본으로, 일본은 12월 총선거 이후 새롭게 구성될 연립정부가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되면, 이 나라 국가 부채 상환 위험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우려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주요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은 일본 정치권의 혼란과 정책적 무능력을 들어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해왔다.
국내총생산(GDP)의 250%에 달하는 일본의 공공부채가 문제시 되지 않는 이유는 국채의 상당 부분을 일본 국내에서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금융시장의 신뢰는 일본 국내까지 빠르게 전염될 수 있다. 이 같은 선진국 국채 상환불이행(디폴트) 위험은 미국에 대한 새로운 경고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 무디스가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최상위에서 강등한 것이 시사하는 것처럼 유럽 중심국으로 위기가 파급되고 있다.
최근 독일 경제가 정체국면으로 접어들 정도로 유럽 경제는 침잠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 당국은 내년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중심국으로 파급 효과 때문에, 그리스와 스페인 해법이 도출되는 것과 무관하게 유로존의 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위기는 취약국이 유로존을 이탈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지만 이는 유럽 지도부가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제는 스페인 혹은 이탈리아와 같은 중심국의 통화동맹 이탈 가능성이 최대 관심사로 부상한 상태다.
그 다음,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한바탕 전 세계 금융시장의 최대 위협이 된 것이 어제의 일인데, 이제는 중국 뿐 아니라 이른바 '브릭스(BRICS)' 대형 신흥경제국이 경제성장의 고점을 지나면서 숨겨졌던 문제들이 들고 일어나고 있어 주목된다.
선진국 완화정책에 따라 급격히 증가한 유동성이 이들 경제로 유입되고 있는데, 이것이 경제성장을 위해 활용되기 보다는 은행의 무분별한 대출로 인해 부실채권화되거나 정부 관료의 부패를 유발하고 있다. 이 문제가 심화되면 결국 '브릭스'의 경착륙 혹은 위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동은 계속 세계 정치 및 경제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이스라엘의 전쟁 위협은 2013년에도 세계 경제의 큰 위험요인이다.
이 같은 통제할 수 없는 4가지 국제적인 변수는 오히려 미국 '재정절벽'보다 강력한 위험요소라고 할 수 있다.
'재정절벽' 이슈는 이미 의회에서 합의한 재정지출 축소 외에 상당부분 세금인상 정책을 수반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침체 유발 요인으로 판단된다. 미국은 추가적인 금융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고 레버리지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재정절벽'에 따른 충격은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 충격을 통해 재정적자 혹은 부채 위험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2013년 세계경제, 특히 미국 경제는 다시 한번 어려운 저성장 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며, 외부 변수에 의한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내적인 준비가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벤 버냉키 사단은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구사할 수밖에 없겠지만, 앞으로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2013년 금융시장은 금과 함께 위기에 면역력이 강한 신흥시장 증시 그리고 수익률이 높은 투자등급 채권 쪽을 계속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IMF, G20 보고서 |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최신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13년 신흥시장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5.6%로 제시했다. 비록 올해보다는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이기는 해도 선진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1.5%에 비해서는 훨씬 높은 것이다.
최근 '브릭스'의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싱가포르와 칠레 그리고 필리핀의 부상을 눈여겨 보고 있다는 소식이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