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빅3와는 달리 중견 및 중소형 증권사들은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크레딧 우려가 불거지며 소매채권 수요가 줄어들었음에도 비우량 회사채 인수영업에 주력해 왔다. 때문에 증권사가 떠안고 있는 미매각 물량이 커지면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IB 리그테이블에 이름을 올려 레퍼런스를 쌓으려는 중소형사들의 과욕을 주된 요인으로 꼽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10월 무보증 회사채 발행규모는 BBB등급의 경우 전월대비 88% 크게 늘었다. A등급 이상 기업의 회사채 발행 물량이 25% 가량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이다. 특히 BBB+의 경우 9월 1600억원에서 10월 5390억원으로 무려 237% 급증했다.
자료 : 금융감독원 |
지난달 회사채를 발행한 BBB+ 등급 기업으로는 STX중공업(1000억원), 동부팜한농(600억원), 아시아나(1000억원), 장금상선(890억원), 현대로지스틱스(400억원), 이랜드월드(1000억원), 서울신문사(800억원) 등인데 주로 중소형 증권사들이 대표 주관사와 인수업무를 도맡았다.
대신증권은 현대로지스틱스와 서울신문사의 대표주관사를, 아시아나의 인수업무 등 한달 동안 3곳을 맡았다. 미래에셋증권도 STX중공업과 아시아나의 인수업무와 이랜드월드 대표 주관사 등 3곳을 진행했다. IBK투자증권은 동부팜한농과 아시아나, 이랜드월드 등 3곳의 인수업무를 담당했다.
이 외에 동양증권이 STX중공업 대표 주관사와 이랜드월드 인수업무를, 이트레이드증권은 동부팜한농 대표주관사와 현대로지스틱스, 동부제철(BBB) 인수업무를, 동부증권은 계열사인 동부팜한농과 동부제철(BBB) 인수업무를 맡았다.
삼성, 대우, 우리투자증권 등 대형 3사가 BBB급 회사채 업무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문제는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일부기업들의 크레딧 이슈가 불거지며 소매채권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는 점. 결국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인수한 회사채들이 팔리지 않아 증권사들이 떠안으면서 자금이 꽁꽁 묶이고 있다. 채권시장에선 이같은 증권사 보유물량이 북클로징 이전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만일 금리마저 상승으로 턴할 경우 평가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망하지 않았으니 미매각으로 인해 증권사의 회사채 인수자금이 묶이는 정도로 볼 수도 있지만 지금같은 경기상황이 지속되면 기업들도 유동성리스크에 빠질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증권사들도 손실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증권사 지점에서 어렵게 개인들에게 판 회사채 역시 향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불완전 판매 우려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일부 증권사에서 수수료 책정을 많이 한 일부 채권상품을 무리하게 파는 경우가 있다"며 "예전에 D사에서 텔레마케팅으로 계열사 비우량 CP를 강매라 싶을 정도로 팔려고 해 황당했던 적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하이리스크라고 판단하고 싫다는 의사를 보였는데도 '전혀 문제없다'며 판매를 종용했다고 한다.
A 대형증권사 WM사업부 대표는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를 고금리라는 이유로 무리하게 팔고 있는 증권사들이 우려스럽다"며 "고유계정이야 증권사들이 손해보면 되는 것이지만 고객자산으로 하는 것은 이후 위기가 불거지면 소송 등 문제의 소지가 높다"고 경고했다.
B 대형증권사 한 관계자는 "중소형사들이 비우량 채권쪽에 목을 매다는 것은 무엇보다 IB 리그테이블에 이름을 올려 향후 인수업무에 레퍼런스를 쌓기 위한 목적이 크다"며 "기업어음(CP)에 대한 불완전 판매 소송결과도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또 한번 시장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고 전해왔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