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주은 기자] 최근 신용카드 수수료율 개편안으로 손해보험업계와 카드업계의 날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의 발단인 금융당국은 양 업권의 치열한 공방전에서 뒷짐만 지고 있어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현재 금융당국의 권고로 가맹점 수수료율 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당국이 지난 2010년 손보사에 자동차보험 개선 대책으로 '카드 수수료율 인하' 방안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22일 대형가맹점 신용카드 수수료율 개편안 시행으로 카드업계는 지난주 보험사들에 개편될 수수료율을 통보했다.
보험 및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카드사가 보험사에 통보한 수수료율은 2% 중반으로 인상폭은 20~30%에 이른다.
손보사는 순익의 상당 부분을 카드사에 수수료로 물게 돼 불만이다. 반면 카드사는 중소형 가맹점 수수료율을 이미 낮춰 수익 감소를 우려,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갈등양상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0년 10월 공정사회를 향한 자동차보험 개선대책을 발표하고 순차 시행한다고 밝힌바 있다.
자동차보험 개선대책에는 사업비 절감 차원에서 카드수수료를 인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관련 업계간 협의를 통해 2011년 상반기부터 진행하기로 돼 있었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2010년 대책 발표 이후 카드사와 개별사간 마케팅 차원의 수수료율 일시 조정이 이뤄진 것을 제외하고는 카드수수료율이 특별히 인하·시행되지 않았다.
2010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개선 대책을 내놓으며,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소형 가맹점의 부담을 줄이고, 카드 수수료율의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신가맹점 수수료율 체계를 도입하고, 준수 여부에 대해 모니터링을 철저히 한다는 입장을 밝혀 대형가맹점이어서 수수료 인상 대상이 되는 손보사 등 보험사의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손보사의 고통분담을 돕겠다던 금융당국이 2년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양측 모두 수익과 직결된 사안이고 손보사는 최악의 경우 가맹점 계약 해지까지 거론하는 등 강한 반발을 하고 있어 타협점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감독 기관이 신용카드 수수료율 문제에 대해 양분된 입장을 보이면서 이해관계 당사자인 손보사와 카드사만 동시에 피해자가 된 셈이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도 자동차보험이 만성 적자를 유지하고 있다”며 “적자를 유지하는 측면에서는 개선 대책을 내놓은 2010년 당시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울 때 업계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긴축 정책을 종용하던 금융당국이 정작 다른 사안이 나오면 입장을 달리한다”며 “기간만 달리해 손보사에는 카드수수료율 인하를, 카드사에는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해 한입으로 두 말 하는 격”이라고 토로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도 “현 수수료 개편은 기존 수수료 체계가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지도하에 진행되고 있지만, 업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관여할 부분이 아니라며 관망하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 법이 정하는 대로 시행하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만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스스로 만든 실타래를 지켜만 볼게 아니라, 해결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