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은행은 실물경제의 방패 역할을 해야 한다.”, “이대로 3~4년 가면 금융회사들 전부 어려워진다.”, “Bank(은행)의 (사전적 의미에는) ‘둑’도 있다.”
이팔성(사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어록(語錄)이 화제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거의 모든 금융업종의 자회사를 거느린 국내 최대 금융그룹 회장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를 크게 우려하며 금융회사들이 실물경제 추락을 막는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가 됐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역경과 이후 장기 경기 침체 시기에 그는 ‘내치(內治)’를 더 강조했다. 이른바 원두(One Do)라는 비용절감 경영에 중점을 뒀다. 밖으로는 금융회사의 사회공헌 사업 등에 역점을 뒀었다.
하지만 이런 그의 경영 방향에 내년 경제에 대한 우려로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다.
우선 이 회장의 발언을 좁게 보면 그룹의 수익감소가 본인도 놀랄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리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우리금융 직원에게는 위기의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올해 3분기까지 은행들의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9%나 감소하며 2003년 카드사태 이후 가장 좋지 않다.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자이익을 창출하는 순이자마진(NIM) 역시 3분기 2.06%로 6분기 연속 내림세다.
저금리로 이자이익 폭이 줄어들고 금리감면, 수수료 인하와 같은 사회적 요구가 커진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경기가 나빠 영업이익이 줄고 있는데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의 ‘Bank는 둑’론(論)을 크게 보면 내년 경제가 어려워 산업계나 가계가 홀로 견뎌내기는 어렵다는 뜻도 있다. 그는 “은행이 실물의 둑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3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융위기 당시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한국은행이 예상한 연 2.4% 달성도 어렵다.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지만 ‘소폭’ 개선 정도에 머물고 있다.
은행이 감독당국의 권고에 따른 소극적 지원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설 상황까지 악화될 것이란 우려인 셈이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요즘 ‘잃어버린 일본 경제 배우기’가 절정이다. 부동산, 자산운용 등 금융업의 대부분 사업이 총망라돼 있다. 이 회장도 3년 전부터 일본 금융회사들이 위기를 어떻게 견뎌왔는지 연구했다고 했다.
이팔성 회장의 발언들은 금융권이 감지하고 있는 각종 위기감을 종합해서 토해낸 것으로 금융권은 받아들인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