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저금리·저성장이 이어지면 국내 18개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향후 5년 후 1조4000억원으로 현재 대비 16.5% 수준으로 급감하고 10년 후에는 5조2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이다."(지난 7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출입기자단 간담회)
"저성장·저성장 시대로 급속히 진입하고 있는데 생명보험사의 경영 행태는 절벽을 향해 달리는 기차 같다."(5일 김석동 금융위원장, 저금리시대 보험산업 영향과 과제 워크숍)
저금리·저성장 시대 진입이 가속화되면서 금융당국 수장들이 금융회사들에 잇달아 경고음을 내고 있다.
금융당국 저금리 저성장 TF(태스크포스)가 각 업종별 잠재 위험요인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미리 대비하지 않을 경우 국내 금융사들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실려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1990년대 일본의 저성장 저금리 초기상황이 한국의 현재 금융시장 상황과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자료: 금융감독원> |
◆ 금융당국 수장들 "일본식 장기침체" 경고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일본식 장기침체 저금리·저성장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국내 은행들이 10년 후에는 5조20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물론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금융감독당국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다. 향후 국내 경제성장률이 1%대를 기록하고 금리는 현재보다 1% 떨어지며, 각 은행들이 현재와 동일한 경영상태를 유지할 경우를 전제로 한 추정치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우리 금융회사들이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지 않고 현 경영상태를 유지하면 5년 후엔 당기순이익이 18개 국내은행은 1조4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16.5% 수준으로 급락하고 10년 후인 2022년에는 5조2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러 시나리오 중 일본식 장기침체가 지속된다는 가정을 단순화하면 이런 수치가 나온다는 것이지만 그만큼 저금리 저성장이 은행권 당기순이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하락에 따른 역마진으로 저금리 충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사에 대해선 "중장기 산업이어서 (은행보다)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면서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한 것이다.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보험업에 대해 직접 칼끝을 겨눴다. 김석동 위원장은 지난 5일 저금리시대, 보험산업 영향과 과제 워크숍에서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보험업이 상당한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면서 "특히 생명보험사의 경영 행태에 대해 절벽을 향해 달리는 기차 같다"는 표현으로 우려감을 나타냈다.
전체적으로 보면 저금리 저성장에 따른 리스크가 은행의 경우엔 수익성 악화, 예대마진 축소로 보험회사는 금리 역마진 위험노출 증가, 보험계약 실효해약 급증 등으로 일본의 당시 상황과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감이 깔려 있다.
권 원장은 "구조적인 차이는 있지만 현 상황이 1990년대 일본의 장기침체 초기와 유사하게 가고 있다"면서 "한일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 중 비은행 부실 증가에 따라 소규모 금융회사 도산이 많아지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 "은행·보험 등 금융회사 살길 찾아라"
금융당국 수장들이 직접 겨냥한 타깃은 다르지만 모두 1990년대 일본식 장기불황을 언급하면서 금융회사들이 보다 더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날로 어려워지는 국내외 환경 속에서 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들이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내년부터 도입되는 바젤Ⅲ와 위험기준자기자본(RBC, Risk Based Capital) 제도, 소비자보호 강화, 수수료 인하 등의 변화는 각 금융사에 경영상 리스크 요인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저금리 장기화는 보험사의 수익을 감소시킴은 물론 90년대 일본처럼 보험업계의 구조개편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위기 의식을 보험업계가 가져야 할 것"이라며 경감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보험회사들의 신흥개발국 진출과 고령화 연금상품 개발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앞으로의 먹거리를 창출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상품 개발과 리스크 관리 능력이 뛰어난 보험업계가 급격한 고령화 추세를 반영한 연금상품이나 의료보험상품의 개발과 판매에 노력한다면 시장확대는 물론 고령화문제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역할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원장도 최근 한국 금융산업을 진단하면서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권 원장은 "일본은 저금리ㆍ저성장ㆍ고령화에 버블까지 겹쳐 어려운 20년을 겪고 있다"며 "1990년대 일본의 장기침체 초기와 유사하게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어떻게 대응했고 부실 금융사를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영업·신상품 규제를 풀고 금융사들의 비이자수익 확충과 자산운용 다변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권 원장은 "은행이나 금융사들이 중장기적인 대비를 세우고 있지만 감독당국에서도 금융사에 대한 상품과 사업다각화를 지원해 나가야 한다"며 "신상품 개발과 노후 상품 개발에 대해선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