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자민당 집권, BOJ 차기 총재가 변수
- 2013년 말, JP모간과 로이터 85엔·모간스탠리 90엔 예상
- 일본 제조업체들, "달러/엔 100엔이 적정환율"
- 재정절벽 해결 실패 시 엔화 강세 전환 가능성
- 아베 강경 정책, 새로운 성과 보이지 못할 수도
[뉴스핌=권지언 김사헌 기자] 아베 신조가 이끄는 일본 자민당의 총선 압승 소식으로 엔화가 달러 대비 20개월래 최저치로 뚝 떨어진 가운데,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들은 내년에는 엔화의 추가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디플레 타개와 경기 부양을 정책 최우선 목표로 내세운 만큼 내년도 아베 정권이 본격적인 정책 운용을 시작할 경우 엔화 약세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연말을 앞둔 시점인 데도 외환 선물시장에서는 엔화 순매도 포지션이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유로화 매도 포지션을 넘어서는 등 극단적인 양상까지 보이고 있고, 더블라인 최고경영자 겸 수석투자전략가인 제프 건드라크와 같은 거물이 '엔 매도-닛케이 주가 매수' 전략으로 선회를 선언하는 등 엔 약세 전망은 이미 대세가 된 모양새다.
지난 주말 총선이 치러진 뒤 17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한때 84.48엔까지 오르며 2011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18일 오후2시33분 현재는 84.00/01엔으로 전날 뉴욕장 후반보다 0.14% 오른 상태.
※출처: 톰슨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재인용 |
JP모간 외환전략가 케빈 헤브너는 “일본 총선 실시로 향후 6~12개월에 거쳐 엔화 가치를 대폭 끌어내릴 주요 이벤트 중 하나가 끝난 셈”이라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역시 내년도 엔화 약세를 점치면서, “미 달러화와 유로화는 글로벌 경기 회복과 재정 명확성 제고 덕분에 랠리를 보일 수 있고, 반면 엔화는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내년 말 경에 달러/엔 환율이 85엔까지 오르고 2014년 말에는 89엔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모간 스탠리 역시 지난 11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달러/엔 환율 전망을 내년 1/4분기에 84엔으로 제시한 뒤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87엔, 89엔으로 오른 뒤 내년 4/4분기에는 90엔까지 상승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로이터의 경우 이달 초 내놓은 전문가 조사에서 약 1년 뒤 달러/엔 환율 전망을 85엔으로 제시해 11월의 83엔에서 상향 조정했다.
노무라 담당이사 옌스 노드빅은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엔화 향방을 결정지을 중요 요소중의 하나로 시라카와 마사아키 BOJ 총재 후임 선출을 꼽았다.
그는 내년 2월까지 구체적인 공식 임명절차가 마무리되진 않겠지만 아베 정권이 완화 기조의 후보를 2월 전에 제시할 경우 내년 초 강력한 엔화 매도세가 감지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제조업체들은 달러/엔이 100엔 선까지 오르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 10월말 닛산자동차의 카를로스 곤 사장(CEO)은 "엔고(円高)가 기업활동의 최대 장벽"이라며 "달러당 80엔대의 현재 환율로는 기업이 살아 남기 위해 어려운 여건이기 때문에 결국 생산 비용이 싼 해외로 진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곤 사장은 당시 일본 내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선 달러당 100엔이 이상적인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내년도 엔화 약세 전망이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JP모간의 헤브너는 내년도 엔화 전망의 또 다른 변수는 미 재정절벽 이슈로, 미 의회가 포괄적인 재정절벽 해결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안전자산 매수세 강화로 엔화가 갑작스레 강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RBC 소속 아담 콜은 투자자들이 일본의 통화정책에 대대적인 변화를 예상하고 있는 만큼 “새 통화정책의 속도나 변화 정도가 실망스러울 경우 BOJ가 완화를 약속 하더라도 엔화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BOJ가 외국채 매입을 시작한다면 엔화 약세가 지속되겠지만 이는 BOJ와 재무상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힐 확률이 크다고 덧붙였다.
UBS의 자료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나 기관투자자들이 11월 초순 이후 처음으로 엔화 매도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엔화가 보여준 회복 탄력성은 최근 기관들이 보여준 전략 선회에 타격을 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라보뱅크의 외환분석가들은 "이미 오랫동안 초 완화정책을 지속해 온 상황에서 아베 차기 총리가 뭔가 '새로운' 대책을 통해 성과를 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일본은행법 개정을 통한 변화도 빨라야 내년 중순은 지나야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도 환기했다.
17일 런던 외환시장에서는 84엔 선으로 급등했던 달러/엔 후퇴하는 양상도 나타났는데, 씨티그룹은 일부 헤지펀드가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도 일본의 선거 결과에 대한 시장의 흥분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일본 총선거 전날 발표한 노트에서 "내가 보기에 엔화에 대해 매우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 다수는 선거가 큰 이슈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은 고유한 보수적 성향 때문에 어떤 노력의 종착지 혹은 예상지점을 뜻하는 목도(目途, 모쿠도 goal)를 명시적인 물가안정 목표(目標, 모쿠효 target)으로 전환하기 어려울 수 있고, 또 다른 주요국들이 일본에 엔화를 맘대로 크게 평가절하하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다만 오닐 역시 "개입에 의한 엔 약세가 아니라 펀더멘털 변화에 따른다면, 또 아베의 계획대로 된다면 달러/엔은 조만간 88엔 선까지 오를 수 있다"면서, "나아가 미국 경제가 서프라이즈한 성장세를 보여 준다면 12~24개월 전망으로 환율이 100엔~120엔 범위까지 상승할 여지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김사헌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