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2013년 계사년(癸巳年)은 중요한 갈림길이다. 경기 둔화에 저금리가 겹쳐 은행의 경우 순이자마진이 급락하는 등 수익성 하락이 급격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또 가계부채, 중소기업은 부실로 위험은 커지면서 우량 고객은 줄어드는 데 금융회사들은 위험관리 수준을 더 높이다 보니 한정된 고객을 놓고 다툼을 벌여야 한다. 대형 금융회사들간 경쟁 구도에 중형 금융회사들이 도전장을 내밀어 시장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해외진출이 가장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 일본이나 호주의 금융회사들이 자국 내 위기를 해외진출에서 찾으며 지금은 총 수익의 3분의 1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우리 금융회사들의 경영능력을 글로벌 잣대로 비교해보고 선진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자’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뉴스핌=한기진 기자] 우리나라 은행들은 수익을 제대로 내고 있는 것일까. 주요국가와 비교하면 “그렇지 않다”는 결론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우리 은행산업은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ROE) 모두 ‘꼴찌’다. 심지어 은행산업이 뒤처진다며 한때 우리에게 노하우를 빌렸던 중국보다 못하다. 수익을 많이 내는 게 사회적으로 ‘탐욕’으로 비칠 수 있지만 수익 규모와 별개로 벌 때는 벌지도 그렇지 못할 때는 너무 못 벌어 은행업이 반드시 지켜내야 할 안정성이 우려된다.
◆ 1997~2009년 ROA 0.05%로 주요국 평균 0.57%에 10배나 뒤처져
ROA는 총자산(Asset)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대출자산을 굴려 수익을 창출하는 은행의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경영지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글로벌재무안정보고서(Global Financial Stability Report)를 보면 1997~2009년 사이 국내은행의 평균 ROA는 0.05%로 주요국(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한국, 중국, 싱가포르) 평균 0.57%로 11배나 뒤처진 꼴찌였다. 같은 1조원 자산으로 우리 은행은 5억원을 버는 반면 주요국 은행은 57억원이나 이익을 낸다는 의미다. 미국(1.03%) 싱가포르(1.07%), 캐나다(0.66%) 순으로 높았고 중국도 0.53%로 우리보다 훨씬 높았다.
평균을 낸 수치이기 때문에 1997년 외환위기로 수년간 마이너스였던 시기를 제외한 이후인 2000~2009년 평균 ROA는 0.62%로 주요국 평균(0.65%)과 비슷했다. 하지만 이 시기는 금융위기로 미국과 유럽 은행이 직격탄을 맞은 영향도 있어 우리만 외환위기를 당한 시기를 빼고 ROA를 비교하기는 설득력이 아무래도 떨어진다.
◆ ROE도 참담, 1.2%로 주요국 평균 9.6%에 크게 떨어져
자기자본(Equity)을 얼마나 잘 활용해 수익을 창출했는지 보는 ROE도 1997~2009년 사이 주요국(평균 9.6%)과 비교하면 우리는 1.2%로 꼴찌다. 중국이 15.4%로 선두였고 캐나다(14.6%) 미국(11.3%) 순이었다. 2000~2009년 사이는 우리 은행들은 11.4%로 주요국 평균(10.2%)보다 높았다. 여전히 중국(15.4%)과 캐나다(14.9%) 순이었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예전 중국에서 은행감독관리위원회(우리의 금감원) 관리를 만났을 때, 금융 노하우만 전수해준다면 중국에 적극 진출해달라고 했었는데…”라며 수익성은 우리 은행들이 오히려 떨어지는 데 혀를 찼다.
2010년 이후에도 작년까지 수익성이 올라오기는 했지만, 올해는 반 토막 날 것이란 전망이 많아 과거 평균치를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롤모델 일본, 호주와 비교하면
최근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본보기로 자주 거론되는 일본과 호주보다는 외형상 뚜렷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일본보다 다소 나아 보이지만 호주에는 뒤진다.
마이너스 수익을 냈던 IMF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사태 당시를 특수한 사례로 보고 이후 2004~2009년 수익성을 보면 우리 은행의 평균 ROE와 ROA는 각각 12.6%, 0.88%로 일본의 평균 ROE 5.68% ROA 0.23%보다 앞섰다. 그러나 IMF 통계에는 일본 은행 수익의 3분의 1 정도 차지하는 해외 수익이 포함돼 있지 않다.
호주 은행은 같은 기간에 평균 ROE 15.0%, ROA 0.9%로 우리보다 근소한 차이로 앞선 것처럼 보이지만 호주 역시 해외 수익비중이 커, 실제 수치는 이보다 훨씬 앞서있다. 게다가 ROE는 단 한 번도 10% 아래로 내려간 적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지만 우리는 2005년 18.4%로 고점을 찍다가도 2008년 2009년 각각 7.1% 5.8%를 내려가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은행권에서는 카드 사태 때 발생한 부실채권이 수년 뒤 특별이익으로 생겨 일시에 수익성이 올라간 효과로 정상적인 영업에 따른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 벌 때만 왕창. 수익 안정성도 가장 뒤처져
수익성보다 더 우려되는 점이 널뛰기 수익이다. 평균 수익과 비교해 매년 얼마나 일정하게 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표준편차를 보면 주요국에서 오락가락하는 폭이 가장 컸다.
1997~2009년 사이 우리 은행의 ROA 표준편차는 1.3%로 주요국에서 가장 높았다. 주요국(평균 0.4%) 미국(0.5%), 중국(0.4%)이 가장 안정적이었다. ROE 표준편차도 20.9%로 주요국(평균 6.2%)에서 가장 높았다. 수치가 높을수록 평균에서 멀어진다는 의미로 매년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보다 잘 벌 때와 못 벌 때의 규모가 너무 차이가 커, 주요국에서 가장 불안한 수익구조를 가졌다는 이야기다.
IMF 외환위기로 수년간 적자를 못 영향 탓으로 위안을 삼기도 무리다. 은행이 정상화된 2001~2007년 ROA와 ROE 표준편차는 각각 0.4%와 4.8%로 주요국 평균 각각 0.2%와 2.9%보다 높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이익에 편중된 단조로운 수익구조 때문에 쏠림 현상이 심해 그럴 수밖에 없다(변동성이 클 수밖에)”면서 “일회성 이익이 발생하면 다 같이 나는 구조가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비이자 이익 수익구조 활성화와 해외진출을 확대로 문제 해결책을 찾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