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주은 기자] 실손보험 단독상품 출시와 함께 중복가입 인수거절 관련 민원을 피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사실상 중복가입을 허용하라는 지침을 내려 논란이 예상된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중복가입을 철저하게 걸러내 민원 최소화를 지시하던 금감원이 지난달 말 각 보험사에 중복가입도 받아주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금감원은 지난 2009년 시스템 구축을 통해 중복가입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실손보험 중복가입 확인을 의무화해 불필요한 보험료 낭비를 막자는 차원에서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은 실손단독상품에 대해 추가 세제 지원을 검토하고, 중복가입 허용 등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실손보험은 비례 보상이 원칙으로 중복으로 가입하더라도 계약자가 실제 부담한 치료비 이상 보장되지 않는다.
하지만 금감원은 지난달 31일 각사에 공문을 보내 다른 실손보험에 가입된 사실을 알고 있는 계약자가 추가 가입을 원해도 보험사들이 중복가입이라는 이유로 가입을 거절해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받아주라고 지시했다.
공문에는 청약자가 중복가입과 이에 따른 비례보상을 명확하게 이해했을 경우 민원발생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보험 인수를 거절하지 말라고 돼 있다.
결과적으로 민원을 줄이기 위해 계약자가 중복가입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중보상이 안되는 추가가입을 원하면 받아주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물론 이중보상이 안된다는 점을 알려주면 가입하겠다는 고객은 많지 않겠지만, 단지 민원을 줄이기 위해 이를 받아주라고 지시한 것은 감독당국이 보험사나 영업조직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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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이 각 보험사에 전달한 공문> |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단독상품이 금융당국 차원의 기획인 만큼 흥행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판매에 급급해 건전성을 해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무엇보다 중복가입에 대한 금감원의 태도가 판이하게 달라 혼란스러운 눈치다.
A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단독상품의 경우 보험료가 월 만원대로 수익이 크지 않다”며 “실손상품은 비례보상인데, 민원의 소지가 있는 중복가입을 허용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고객이 원하면 어쩔 수 없지만, 보험금이 똑같이 나가는데 누가 중복가입을 하겠냐”며 “중복가입을 받으라는 금감원의 지침은 판매 실적만 염두에 두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회사는 중복가입 자체가 프로세스상에서 진행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중복가입에 대해 잘 설명하고 가입시키자는 것이지, 중복가입 자체를 막는 것은 이번 실손제도 개선 취지와도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단독상품을 가입하려는 고객들의 인수 거절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사례가 있다고 들어 예방차원에서 공문을 보낸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