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2.9%’.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11월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율이다. 15개월째 둔화세로 딱 경제성장률만큼 증가했다.
이 수치를 본 금융권 고참급 직원들은 한결같이 “예전에 두 자릿수 성장은 당연했는데….”라며 낯설어한다. 이팔성 우리금융, 한동우 신한금융,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업 경력 30년이 넘는 베테랑들은 틈만 있으면 “금융업도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다”고 말한다.
우리 금융산업은 특별한 충격만 없다면 두 자릿수 성장은 당연했다. 경제의 고속성장 덕에 자금 수요는 항상 넘쳤다. 하나은행 출신 한 원로금융인은 “단자회사 근무 시절 회사 자금을 얻기 위해 외환은행 지점에서 온종일 대기할 정도로 금융수요는 넘쳐났다”고 회상했다.
◆ 이자마진 줄어드는데 상품판매 수수료수입까지 악화
과거 30여 년간 은행원들은 혹시 모를 부도 위험만 적절히 따져가며 대출해주는 게 주 업무였다. IMF 외환위기 이후 2006년 부동산거품이 절정에 달했을 당시까지 부동산 담보대출 관련 서류를 관리하는 것만 신경 썼다. 가계대출을 어떻게 늘릴 것인가는 관심사가 아니었다.
대규모 아파트 분양단지만 가면 쉽게 볼 수 있었던 은행들의 ‘집단대출’ 홍보 경쟁은 나중에 등장한 광경이다. 또 방카슈랑스나 펀드 판매를 늘려 수수료 수입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도 비슷한 시기였다.
최근 은행들은 당황하고 있다. 수익구조가 미처 선진화되지도 못했는데 저성장 환경까지 맞닥뜨려서다.
대출성장 정체로 이자이익만 줄어드는 게 문제가 다 아니다. 보험, 펀드, 신용카드 판매 등 나름 수수료 이익에 이바지했던 사업도 동시에 부진에 빠져 금융판 복합불황에 빠졌다는 위기감이 나온다.
◆ "금융중개기능 더욱 위축될 것"
문제는 은행의 성장 정체는 다른 경제 주체들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데 있다. 일본의 20여 년 장기 불황과 스페인의 금융위기 모두 은행이 결국 무너졌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한 연구위원은 “가계와 기업의 소득이 감소해 유동성 부족 문제가 심화하고 금융회사가 위험관리를 강화하면서 금융중개기능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사회적 공헌 요구가 계속되면서 가격이나 수수료율 하향 조정 때문에 외부충격에 취약한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