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애플이 이머징 시장을 겨냥해 저가 아이폰, 이른바 아이폰 미니를 내놓을 것이란 루머가 파다하다. 애플과 관련해 한 마디씩은 해 왔던 애널리스트, 블로거 등은 계속해서 아이폰 미니 출시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특히나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두 번째 중국 방문이 바람을 더 넣었엇다.
그동안 이에 대해 애플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아 왔다. 그러다 입을 열었다.
쿡 CEO와 함께 중국을 방문 중인 필 쉴러 애플 월드와이드 마케팅 부문장은 지난 10일 상하이 이브닝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저가 스마트폰이 인기를 얻고 있긴 하지만 이것이 애플 제품의 미래는 아니다"라고 한 것.
그렇다면 이 말이 아이폰 미니 출시설 자체를 부인한 것일까.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는 애플은 기껏해야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오래된 모델의 가격을 낮추는 식으로만 소비자층을 넓혀왔다. 그래도 아이폰 가격은 이머징 시장에서 보자면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야 대대적인 이동통신 서비스사들의 보조금이 지급되지만 이머징 마켓에선 그런 것도 없기 때문에 아이폰 인기는 생각보다 낮다.
특히 13억명 인구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6위에 불과하다. 중국 판매량이 미국 판매량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며 애플의 전 세계 판매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16%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 레노버와 화웨이, ZTE 등 토종업체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특히 레노버는 130~385달러의 다양한 가격대의 스마트폰으로 삼성전자를 맹추격하고 있다. 중국에서 아이폰5 16GB 판매가격은 평균 7500만위안(133만원)이나 된다. 레노버 스마트폰이 비싸봐야 40만원대이고 밀수품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5가 공전의 히트를 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 일단 저가폰을 내놓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지만, "저가폰이 미래가 아니다"란 발언을 뒤집어 보면 이것이 우선순위가 아닌 듯하다. 애플은 특히 7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두고 있는 차이나모바일과의 모종의 협력을 꾀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가격도 내리는 것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출처=WSJ) |
CLSA의 엘리노어 룽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이머징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 시장을 쥐고 싶어한다"며 "그러나 애플이 그럴 수 있는 핵심방안은 차이나모바일과 출시 및 단말기 보조금 등을 포함한 조건들에 합의하고 손잡는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차이나모바일과의 협상은 쉽지 않다. 이미 수 년간 제휴를 꾀해 왔지만 차이나모바일이 애플 제품과 호환될 수 없는 3G 서비스 기술(TD-CDMA)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이나텔레콤이나 차이나유니콤 오히려 덩치가 작은 경쟁사들이 아이폰을 통해 3G 시장에선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차이나모바일이 큰 결심을 한다면 판도가 달라지는 건 시간문제다. 중국 이동통신 사용자의 대부분은 아직까지 2G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 현재는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망을 통해서만 사용되는 아이폰이 차이나모바일을 업게 되면 굳이 애플은 아이폰 미니를 승부수로 택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래도 중국만이 애플의 시장이 아니고 다른 이머징 시장을 생각할 때 저가폰이 어느 정도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가능하다.
파이퍼 재프레이의 진 먼스터 애널리스트는 199달러짜리 아이폰 미니 출시를 거의 확실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애플인사이더는 애플이 아이폰 미니를 내놓을 경우 5억8000만명의 가입자 확보가 가능하며 이렇게 되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65%를 점유하게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