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한국은행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어떤 내용을 보고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추경을 통한 경기부양에 난감을 표시한 만큼 인수위 역시 한은으로부터 일정한 ‘명분얻기’를 고대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역시 이번 한은과의 만남을 정부부처의 '보고'가 아닌 '의견 청취'임을 강조하면서 유화적 스탠스를 취하는 모습이다.
◆ 김중수 총재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같이 갈 때 효과 있다”
이번 한은의 업무보고는 18일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이뤄진다. 이 자리에서 한은은 인수위의 기대대로 재정정책을 통한 적극적인 경기 부양 필요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통화정책은 큰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에 와 있다. 현행 기준금리는 2.75%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0.25%p 인하할 경우, 연 실질 GDP 성장률을 0.08%p 상승시키는데 그친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사실상 경기 부양 효과가 미미하다. 낮은 성장세의 지속을 예상하면서도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주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민간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이자율 하락을 통한 투자 확대보다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투입을 통한 경기부양 필요성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저성장의 지속이 '이력효과(낮은 경제성장이 몇 년 계속되면 경제주체가 성장에 대한 확신을 잃어버리게 되고, 이 결과 실제성장률도 떨어지게 된다는 이론)'를 통해 성장잠재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강조할 수 있다.
통화당국으로서 협력 의지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정책은 하나하나가 움직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에는 효과가 없다”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같이 갈 때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통화정책만으로는 경기부양 효과가 미미하지만 재정정책과 함께 갈 경우 효과가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단기적으로 가계부채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만큼 '민생안정'을 강조해 온 인수위 역시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주문할 가능성이 크다.
[뉴스핌=최진석 기자]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참석자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
◆ 총액한도대출 확대 등 中企지원 논의 전망
아울러 한은은 중소기업의 지원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중소기업지원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달 4일 김중수 총재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중소기업신년회에 참석하며 중소기업 육성을 강조한 박근혜 당선인과 코드 조율에 나선 바 있다.
특히 한은으로서는 경기회복의 관점에서도 중소기업 지원의 명분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14일 김중수 총재는 중소기업의 투자 확대가 향후 경기회복의 관건임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최근 투자가 어려운 것은 중소기업으로 중소기업이 설비투자를 어떻게 늘리느냐가 (경기회복에 있어) 중요하다"며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앞으로 상생을 하면서 가지 않을까 싶고 거기서 투자의 소스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 환율 변동, 외환건전성 3종 세트 강화로
환율과 관련해서는 적극적인 개입보다는 방임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환율과 관련해 최근 적극적인 개입을 시사했다고 지적하지만 한은은 오히려 ‘우리 기업의 비가격경쟁력’을 강조하며 “환율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와 다르다”고 분석해 왔다.
16일에도 김중수 총재는 “일본의 엔화라는 것도 갈 수 있는 것이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원/엔 환율의 하락세가 진정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인수위 역시 원화 강세에 대한 우려를 적극적으로 표명해오지 않아왔던 점을 상기하면 한은 역시 기존의 '외환건전성 3종 세트' 강화를 통해 환율 변동폭을 제어하는 수준에서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 단, 토빈세와 관련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조사국 관계자는 “경기전망과 통화정책 방향, 환율문제 등에 대해 보고하지 않을까 싶다”며 “2시간이라서 심도 깊은 논의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액한도대출제도가 한은의 정책수단인 만큼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얘기도 오고가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