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탁윤 기자]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21일 "향후 국민 기본권 보장과 헌법 수호에 소임을 다해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정의로운 헌법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30년 가까이 법관으로 생활하면서 사건마다 당사자들의 억울함을 반영해 항상 공정하고 구체적 타당성이 있는 재판을 하려고 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특히 그는 "헌법재판관 시절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좌우명으로 삼고 다수의 의견을 따르기보다는 토론과정에서 적극적이고 선도적으로 제 의견을 표시했다"며 "헌법재판소장이 되면 부동화이(不同而和), 즉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조화를 이뤄가는 것이 소임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 연방대법원 원장이었던 렌키스트처럼 보수적인 입장에서 원칙을 잘 지키면서도 중요한 것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소신있는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는 헌법재판소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보수적 가치관은 재판관이 가져야 할 덕목이라고 한 것은 헌법 재판에서 법적 안정성을 중시하고, 헌법 재판의 선례 변경은 진중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헌법 재판이란 보수적 의견과 진보적 의견이 조화를 이뤄 결론내리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고 해명했다.
특히 그는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며 "지금까지 국민들이 헌법재판소에 보내준 신뢰를 지속하는 한편 대내외에서 제기되는 헌법재판소에 대한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해 명실상부한 최고의 사법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헌법재판소 연구관의 70%와 법원직원들의 90%가 이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면서 이 후보자가 헌재소장으로 부적격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자신이 헌법연구관 출신 인사와 나눈 이 후보자의 '항공권깡' 의혹을 추궁하면서 "특정업무경비는 국세청 직원이 부가징수하는 데 실비로 쓰지 않고 개인적으로 사용하면 횡령이 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항공권깡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 이라면서 "헌법재판관은 반드시 비즈니스석을 이용해야 하는데 확실히 모든 증거자료를 제출하겠다"면서 "소문이 잘못난 것이다. 항공권깡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은 "헌법재판관으로 재직 중이던 2009년 독일 국제법회의에 초청을 받아 참석하면서 주최 측이 제공한 이코노미석 항공권을 비지니스석으로 바꾼 뒤 추가 금액 400여만원을 헌재에 청구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는 특정업무경비와 관련, "공무원 생활을 40년 가까이 했지만 조금도 부정한 돈을 받는다든지 하지 않았다"며 "모든 통장내역을 다 낸 사람은 제가 처음이라고 한다. 그 날짜에 헌재에서 소요경비를 낸 것은 맞으며 재판업무수행비로 한 것으로 규정된 용도대로 사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회는 이날부터 이틀 동안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 뒤, 23일 심사경과 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고 오는 24일 개회될 1월 임시국회에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보고서 채택을 거부한다는 방침이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