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영준 기자] 최근 엔저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대일 수출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극심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은 특별한 대책 없이 엔저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지켜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환율 급변동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대응책 부재는 과거 키코 악몽을 경험한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환위험 헤지에 나서지 않고 있어서다. 2008년 당시 국내 중소기업들은 환율 파생상품인 키코에 가입했다 2조 20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봤다. 이후 환변동 보험에 대한 인식은 급격히 나빠져 2008년 1253개에 이르던 가입사들이 지난해 369개로 줄었다.
실제 환위험 헤지에 대비하지 않은 대일 수출 중소기업 A사는 최근 수익률이 20% 이상 낮아졌다. 그래도 손 쓸 방도가 없어 정부 차원의 대책만 바라보고 있다. 이 회사 대표는 "환헤지와 같은 선제적 대응을 하고 싶어도 비용이 많이 들어 어쩔 수 없이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과 환율(지난해 11월8일 기준) |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환율변동에 따른 중소기업 영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엔화의 경우 적정 환율이 100엔당 1381.30원으로 조사됐다. 사업계획시 고려한 환율은 100엔당 1372.05원, 손익분기점 환율은 100엔당 1285.65원이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이처럼 적정 원/엔 환율을 산정하고 있지만, 근래 엔저 속도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실제, 지난주 외환시장에서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00엔당 1200원대가 무너졌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1200원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0년 5월 이후 32개월만이다.
엔화 약세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아베노믹스를 앞세운 일본은 금융완화 정책과 함께 BOJ의 물가상승률 목표 상향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때문에 지난해 12월부터 엔화는 꾸준한 약세를 보였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이 있었단 뜻이다.
▲ 환리스크 관리 방식(복수응답, 단위 : %) |
상황이 이럼에도 국내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환율 관련 리스크 관리에 소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112개 수출 중소기업을 조사한 결과 대상의 65.1%는 여건상 환리스크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출 규모 별로는 50만달러 미만의 수출 초기 기업의 경우 70% 이상이 환리스크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수출 실적이 500만달러 이상의 기업들은 자체 관리방법 외에도 시중은행 선물환거래나 환변동보험 등으로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국내 중소기업들의 환리스크 대응에 나서고 있다. 주요 대책으로는 ▲ 정책금융 지원 확대 ▲ 환위험관리 지원 확대 ▲ 환위험 관리 컨설팅·교육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실제 중소기업들이 체감하는 도움의 정도는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출대금 결제 시점에 환율 하락으로 인한 환차손 피해를 보았다"며 "무엇보다 불안정한 환율 변동이 애로사항이다.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외환당국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강화돼야 한다"며 "대외 충격에 민감한 우리 외환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소기업들도 결제통화 다변화나 대금결제일 조정 등 자체 관리 방법 외에도 환리스크 관리 및 수출 보험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끝>
[뉴스핌 Newspim] 서영준 기자 (wind09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