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근로자 재산형성저축이 출시된지 두 주째지만 관련자금이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상황이다. 하지만 채권시장은 재형저축과 관련된 자금 이동에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 후 팔 걷고 나선 첫 정책인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내기 전에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특히 4월 기준금리가 전격 인하되면 재형저축발 채권수요가 시장의 변동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시중은행 총 가입금액 규모는 1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기대를 밑도는 수준으로 채권시장에서도 아직까지 재형저축발 수요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우증권 윤여삼 애널리스트는 "재형저축 가입률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며 "초기에 자금 유입이 있긴 한데, 채권시장의 핵심 변동요인으로는 부각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형저축 관련 자금이 모두 채권시장으로 들어온다고 보기도 어렵고 오히려 해외채권 자금으로 흘러갈 수 있다"며 "당초에는 4% 금리를 어떻게 주냐고 운용쪽에서 불안해하긴 했지만 당장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큼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관건은 4월이다. 한은이 정부와의 정책공조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다른 저축성 수신 금리는 기준금리와 함께 하락하겠지만 재형저축 금리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중산층 형성'이라는 정책금융 차원에서 고안된 상품인 만큼 은행권이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금리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자금이 재형저축 쪽으로 크게 움직일 수 있다.
SK증권 염상훈 애널리스트는 "(기준금리가 인하돼도) 은행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초기에 제시된 금리 수준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될 경우 시중은행의 일반정기예금 금리와 재형저축의 금리차는 더욱 확대되면서 재형저축에 대한 인기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주식에 투자하거나 펀드를 들까 고민하다가도 재형저축을 선택할 수 있고 가입자가 소비를 줄이면서 저축을 늘릴 수도 있다"며 "올해 중에 채권시장에 재형저축의 영향이 나타나는 시기는 3분기 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론도 제기된다. 재형저축이 인기를 얻게 돼도 갑자기 없던 돈을 가입자들이 저축할 수는 없다. 결국 어디선가 돈을 빼올 수밖에 없다. 왼쪽 주머니에 있던 돈을 오른쪽 주머니로 옮기는 것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채권시장에서 만기별 수급의 변동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동부증권 문홍철 애널리스트는 "재형저축은 연금 및 보험, 특히 저축성 예적금과 대체관계에 있어 실제 채권수요 증가 효과는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재형저축은 초기 3년간 고정금리를 제공하므로 은행이 채권을 매입한다면 2~3년일 가능성이 높아 기존 1~2년 채권(정기예금) 및 3~5년 채권 수요(연금보험)가 2~3년 수요(재형저축)로 옮겨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