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키프로스가 우여 곡절 끝에 유로존의 구제금융 승인을 받는 데 성공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에서 희망을 갖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24일 자 영국 유력 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온라인판 기사에서 키프로스 구제금융 승인 소식이 전해지자 이번 합의안이 종전까지 제기된 최악의 해결책 보다는 나은 결정이지만, 키프로스는 뼈아픈 위기 해결의 과정을 더 지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합의로 키프로스의 유로존 잔류가 가능해지고, 유럽연합(EU)이 규정해 왔던 10만 유로 미만 예금자 보호 규정을 준수할 수 있게 된 점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 역시 최종 승인안이 종전까지 논의됐던 옵션보다 여러 측면에서 낫다고 밝혔다.
우선 위기 해결 부담이 그리스에 대한 상당한 익스포저로 타격을 입어 키프로스 위기의 주요 원인이 된 자산규모 1, 2위 은행에 집중된 점이 그렇다.
앞서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조세 회피처로 키프로스를 찾는 러시아 부호들이 등을 돌릴까 노심초사하며 대형 예금자들이 져야 할 부담을 소액 예금자에게 전가하려 했다. 하지만 국내는 물론 유럽 지도부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번 결정에는 구제금융으로 인한 대출 지원을 확대하기만 한다면 키프로스 부채 역시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IMF의 경고도 크게 작용했다.
또 은행 구조조정 시 소액 예금자들이 타격을 입어도 선순위 채권자들은 피해를 모면했던 종전과는 달리, 이번 승인안으로 은행 청산 시 피해를 보게 되는 예금자의 위계질서가 확실히 잡히게 되는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이 이번 승인안을 의회의 반발 없이 잘 도입할 수 있을지 여부를 지켜봐야 하며, 은행 영업이 언재 재개될지 또 자본통제 상황이 언제 풀릴지 등도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러시아의 반응 역시 주시해야 한다. 특히 키프로스 은행권과 거래하는 러시아 예금자들이 직격타를 입게된 상황에서 과연 러시아가 키프로스에 제공했던 25억 유로 차관 상환기간을 연장해줄지 여부가 중요하다.
한편, 은행권 타격 이후 키프로스가 심각한 침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일부 트로이카 관계자들은 키프로스 경제가 회복의 기미를 보이기에 앞서 국내총생산(GDP)이 약 10% 가량 위축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